널문리의 평화선언문에서 자주독립을 생각한다. (4.29)
27일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종일 TV만 보았다. 내 평생에 처음 일이다. 평소에 JTBC뉴스를 빠짐없이 챙겨보고 토요일 KBS 불후의 명곡을 어쩌다 기회가 맞으면 보는 정도이고 연속극 따위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날은 종일 TV에 시선을 떼지 못했고 자꾸만 눈물이 흘러넘쳐 닦아내기 바빴다. 눈물을 닦으며 ‘정치’의 의미와 ‘지도자’의 자격, 지난 1,500년간 이 나라의 불운을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눈물이 자주 솟았다.
판문각을 향하고 김정은을 맞이하러 걸어가던 문 대통령의 걸음걸이에는 간절함이 묻어났고 조바심 속에 군사분계선 앞에 섰다. 이윽고 판문각에서 나온 김정은이 성큼성큼 걸어와 문 대통령과 손을 덥석 마주 잡던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 그때 김정은의 입 모양에 걸린 미소와 문 대통령의 안도하는 표정, 그리고 갑자기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광경을 보며 안심했다. 무사히 회담이 치러질 것이라는, 바란 대로 오랜 전쟁터에 평화가 깃들 수 있겠다는 기대가 다가섰다.
널문리의 평화의 집 마당에는 백성들의 대문짝 대신 붉은 카펫이 깔려있고 그 위를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걸으며 전통의장대를 사열했다. 백성들이 지지리도 못난 왕을 위해 대문짝을 떼어내서 다리를 만들어주었던 그 자리에 새로운 시대, 새로운 평화를 열겠다는 남북의 지도자를 위한 카펫이 깔려있었다. 그 위를 걷는 두 사람의 가슴속에서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일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염원이 하염없이 피어올랐을 것이다.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침략을 당했고 백성들이 고통 속에서 불안에 떨며 살았던가? 고구려와 백제의 큰 기상을 이어받지 못하고 한반도 아래쪽 신라의 간사한 정권이 당나라에 고구려와 백제의 드넓은 고토를 다 바치고 스스로 대동강 이남의 작은 땅, 작은 나라로 오그린 결과가 빚어낸 굴욕의 역사를 생각한다. 그 뒤 1,500년간 한반도는 단 하루도 자주독립 국가였던 적이 없다.
끊임없이 침략을 당했고 남의 연호를 쓰는 속국으로 지내다가 끝내는 일본에 국권을 강탈당했고, 2차 대전 이후는 미군이 주둔하며 우리 땅에서 미국이 전쟁 당사국으로 참전하고 있는 이상한 전쟁에 휩쓸려 있다. 우리가 진정한 독립국이 되려면 이 전쟁을 분명하게 끝내고 평화를 찾아야 한다. 보수 꼴통들이 모이기만 하면 성조기를 드는 건 우리가 아직도 미국과 함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인 것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비겁한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역사는 속임수이다. 신라가 그 더러운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의 위상과 모습이 지금 같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리고 그 더러운 후손들이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오면서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바람에 이 나라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쟁탈전이 끊임없이 전개되었다. 끊임없이 패거리가 만들어지고 서로 모함하고 죽이는 저급한 역사가 되풀이되어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부끄러운 전통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언제나 저 혼자 서지 못하고 남의 나라에 의지하고 빌붙어 사는 걸 당연시하였다. 사대모화(事大慕華)를 당연한 것으로 알았던 전통이 오늘에 이어져 미국의 성조기를 든 자들이 버젓하게 거리를 누빈다. 한글이 창제되던 때에 세종임금은 우리글을 만드는 사실을 비밀로 해야 했다. 사대주의자들이 알면 중국에 일러바쳐 문자를 만들지 못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글이 반포되자 최만리를 비롯한 사대주의자들은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개탄하며 한글 사용을 반대했다.
4.27. 평화선언문이 발표되자 일부 야당 무리들은 평화선언을 폄훼하며 휴전을 종전으로 선언하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걸 반대하며 ‘나라를 통째로 바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핵무기를 폐기하여 민족 번영의 길로 가는 일을 반대하는 자들, 우리가 비로소 자주독립으로 들어서는 길을 한사코 막는 무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지난날 선거 때에 북한에 돈을 주어가며 휴전선 도발을 해달라고 했다는 무리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만들어 나라를 마구 어지럽힌 주동자들이 다시 나라를 40년 전으로 되돌리고 싶어 안달한다.
4.27. 판문점 평화선언문은 1,500여년 만에 독립을 선언하는 ‘자주독립선언문’이다. 우리의 국력이 이만큼 신장되었고, 세계 속에서 결코 뒤지지 않을 경제력이 있음에도 그동안 우리는 모든 일을 미국과 상의해야 했다. 전쟁 중인 나라이기 때문에 휴전 당사자인 미국의 승인 하에 모든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맨 먼저 미국을 방문하여 머리를 조아려야 했던 치욕의 역사는 이제 평화선언으로 끝장내야 한다.
김정은이 “종전 · 불가침 약속하면 왜 핵 갖고 어렵게 살겠나.”라는 말과 함께 5월중에 핵실험장의 폐쇄를 세계에 공개하고 각국 기자들에게 확인하게 하겠다 고도 말했다고 한다. 핵을 지니고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없음을 실감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5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회담에서 핵 폐기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확인될 것이고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난 평화와 번영의 땅으로 꽃필 것을 나는 믿는다.
4.27. 독립선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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