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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건너며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풍요와 감사의 상징인 한가위 보름달 아래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모습은 모두가 그리는 이상적인 풍경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은 넉넉한 수확의 기쁨과 가족 공동체의 충만함이 주는 완벽한 만족감을 내포하고 있다. 본래 한가위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명절이다. 농경 사회의 수확기에 맞춰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고 풍요를 기원하는 공동체적 제의(祭儀)였다. 유교의 ‘효(孝)’ 사상이 바탕인 차례와 성묘는 조상에 대한 공경을 표현하는 핵심 의례였다. 갓 수확한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을 나누어 먹고 강강술래나 씨름 같은 민속놀이를 즐기며 마을 전체가 하나 되는 축제의 장이 열렸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

신문 칼럼 2025.10.07

처서(處暑), 그리고 AI시대

지난 토요일(23일)이 처서였다. 더운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을 맞이하는 절기다. 더위(暑)가 그친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처서가 되면 가을이 귀뜨라미 등에 업혀서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고 했다.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했다. 예전의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그늘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거기에 더하여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말도 있었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댓돌 아래서 귀뚜라미가 울기 시..

신문 칼럼 2025.10.07

어머니의 천수경(千手經)

5월의 푸름이 부르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어디로 가겠다는 작정도 없이 길 위를 달리는 일이 좋아서이다. 늘 다니던 전주 삼천 천변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5월의 파스텔 산색이 그리웠다. 더불어 오랜만에 땀을 흘려보고 싶어 모악산 자락을 따라 방향을 틀었다. 가파른 3.2km 독배 고갯길을 넘어 금산사 입구 네거리에 닿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펼침막에 끌려 금산사로 방향을 돌렸다. 자전거로도 여러 차례 갔었고, 사진을 찍으러, 마음을 달래러,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수없이 들렀던 마치 고향처럼 편한 절이다. 결혼 날 신혼여행을 출발한 곳도 금산사였다. ..

나의 이야기 2025.10.07

불쾌하고 냄새나는 도쿄 올림픽

전주일보 승인 2021.07.25 15:36   올림픽 경기가 시작됐다. 그동안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였다. 그래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지구 저쪽에서 올림픽이 열리면 밤을 새워가며 경기를 보고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만 아니라 지구촌 모든 사람이 그들의 힘찬 약동에 감동하고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이번 도쿄 올림픽은 축제가 아니라 저주받은 ‘좀비’들이 선수들을 불러들여 강제로 행사를 치르는 느낌이다. 하루 5천 명 이상 코로나바이러스감염 확진자가 나오는 지역에서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강행한다. 그 이유는 이미 많은 돈을 들여 준비한 올림픽을 취소하면 경제적 손실만 아니라 집권층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욱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림픽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없는 진정한 스포츠 축제..

신문 칼럼 2025.02.10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전주일보 승인 2021.09.09 15:22 조회수 674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중략-~♫눈물로 쓴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패티 김이 부르는 가을 노래가 가슴을 저미듯 슬픔과 그리움으로 데려간다. 이런 날이면 소름이 돋듯 엄습하는 외로움에 머릿속이 텅 빈 채 흐르는 시간을 인식하지 못한다. 다시 가을이다. 선선해졌지만 하루가 멀게 비가 내린다. 가을장마란다. 벌써 벚나무 잎들이 노랗고 붉은 색으로 변하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쓰르라미 소리도 어느새 잦아들고 빨간 고추잠자리가 여기저기서 눈에 뜨인다. 내게는 너무 가혹한 계절 가을이 다시 찾아왔다. 누구에게는 결실의 계절이고 선선하고 맑아서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언만, 내게는 상..

나의 이야기 2025.02.10

두목 앞에 불려간 골목대장

전주일보 승인 2021.05.23 15:20  지난 21일, 미국에 간 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법 분위기를 잡아가며 회담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바이든 집무실 테라스에서 37분간 단독회담을 한 뒤에 적은 인원만 참가하는 소인수 회담 57분, 국빈 만찬장에서 77분간 확대회담을 했다고 한다. 중간 휴식 시간까지 합하면 187분 동안 회담이 진행되었다.문 대통령은 회담 후에 기분이 퍽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목 앞에 불려간 골목대장의 처지로는 나름 많은 소득이 있었다고 자위하는 듯했다. 모더나 백신을 삼성바이오에서 생산하기로 했지만, 한국에 우선 제공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원하는 한국기업 투자를 약속하고 미사일 제한을 풀었고 북미대화의 끈을 이어 놓은 정도의 소득이 있었다.두 정상은 공동성명에..

신문 칼럼 2025.02.10

코로나에 막혀 살아도 행복한 사람들

전주일보 승인 2021.05.09 15:15    황사가 태양 빛을 가려 세상이 온통 누렇게 보였다. 8일 군산에서는 일시적으로 먼지 농도가 1,000㎍/㎥까지 치솟았고, 익산지역에서도 850㎍/㎥, 전주시도 600㎍/㎥를 넘어섰다. 매캐한 먼지 냄새가 목을 간질이는 어버이날이었다.코로나바이러스 속에 가족 모임도 드문드문했고 예년처럼 카네이션도 별로 볼 수 없었다. 대략 봉투만 오가고 가정에서 간단히 어버이날 의미를 새기는 주말이 되었다. 어쩌면 내년에 코로나 거리두기가 풀려도 이러한 약식 가정의 달 행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과거처럼 서로 기대고 의지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걸 깨달은 듯 보인다. 철저한 개인주의와 소수 집단 단위인 핵가..

신문 칼럼 2025.02.10

여름 고향 전주천에서 찾는 풍경

김규원 승인 2021.07.22 15:21 조회수 484 금요 수필찜통더위라는 말이 과장되지 않게 느껴지는 오후,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로 가는 잠시에도 훅하고 열기가 치민다. 장마가 어설프게 끝나고 확장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만나는 중간에 한반도가 놓여 뜨거운 바가지를 씌우듯 열돔(Heat Dome)을 형성하는 바람에 기온이 40℃를 넘나들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있더니 36℃다.언제부터인가 여름 더위가 겨울 추위보다 견디기 어려워졌다. 겨울에는 옷을 입어 추위를 막을 수 있지만, 여름에 치솟는 더위는 에어컨을 짊어지고 다닐 수도 없으니 고스란히 몸으로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구 온난화로 여름은 점점 더워지고 겨울은 따뜻해지고 있으니 여름을 견디기가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지 싶다. ..

나의 이야기 2025.02.10

백신 보릿고개에 깡패를 만나다.

전주일보 승인 2021.04.25 15:48 조회수 449 뷰모드                                                                              김 규 원/ 편집고문성큼 여름이 다가선 듯 반소매 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기온을 보인다. 봄은 벚꽃과 함께 지고 4월 마지막 주일이 열린다. 한창 나들이가 즐거울 때이건만 마스크 뒤에 숨은 눈초리들은 불안과 초조, 지겨움이 혼합되어 흐릿하다.지난 주일의 이슈는 승리에 취한 국민의힘이 금세 본색을 드러내 이명박 박근혜를 석방하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다가 국민 여론이 눈을 부릅뜨자, 다시 ‘앗 뜨거라’하고 자라목을 집어넣고 조용하다.1년짜리 시장 선거에 승리하자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으스대는 꼴을 본 국민은 ‘..

신문 칼럼 2025.02.10

벚꽃 빗길에서 찾은 소리

벚꽃이 활짝 핀 공원에 봄비가 내린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저마다 세상 밖으로 나서는 데 봄비처럼 반가운 게 더 있으랴. 은혜처럼 내리는 비이건만, 이제 막 꽃잎을 연 벚꽃으로서는 봄비가 아픔이다. 맑은 날씨이어야 꽃향기를 퍼뜨려 벌들을 불러올 수 있는데 빗물에 향기를 잃고 꽃잎도 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받이에 선 나무는 벌써 꽃잎이 절반이나 떨어져 바닥에 하얗게 널렸다.  열매를 내지 못하고 스러지는 꽃잎이 아픔에 젖어 나뒹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비는 그저 무심하다. 맺지 못하고 스러지는 꽃, 피지 못하고 스러진 꽃은 또 얼마나 많던가? 자라기도 전에 되돌아간 어린것들, 왜 스러져야 하는지도 모르고 오던 길을 돌아간 생명을 생각한다. 무심한 비처럼 그저 자연의 궤(軌)를 따라 흘러가는 상도(常道..

나의 이야기 202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