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치졸함의 끝을 보이는 아베의 일본

푸르고운 2017. 2. 19. 14:47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이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에게 알랑거린 행적을 두고 일본에서도 굴욕적 외교라는 비판이 많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치 강아지가 주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손을 핥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아 매달리는 듯 보였던 아베의 대미외교 자세를 보며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새삼 실감했다.

 

트럼프는 대선기간 내내 일본을 비난하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베가 대선에서 힐러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믿고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되자 일본은 당황했다.

 

취임 전에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를 만나 갖은 아양을 다 떨며 아베가 제일먼저 정상회담을 희망했지만, 트럼프는 가장 먼저 메이 영국총리와 회담을 했고 멕시코와 캐나다 등 정상과 만나면서도 일정조차 잡아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달 중순에야 아베를 만났다.

 

아베를 만난 때에는 이미 트럼프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해버린 뒤였다. 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캐나다와 멕시코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일본은 오버마 대통령 시절에 미국과 밀월관계를 이루어 TPP를 성사시키고 한일위안부 문제도 미국의 입김을 빌어 매듭을 하려했었다. 사드배치 문제도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고 한중관계를 벌려놓는 수단으로 미국에 귓속말을 해서 급속히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개연성이 있다.

 

트럼프를 만난 아베는 일본의 미국 투자 선물보따리를 먼저 내놓을 일이 아니고, 미국이 TPP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일을 먼저 추궁했어야 옳았다. 오랜 시간 서로 조율하고 타협하여 이루어낸 12개국 간의 협정을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탈탈 털어내어서는 국가간 신뢰를 깨는 일이 아니냐고 따지고 들어야 정상적인 일이었다.

 

아베는 트럼프에게 TPP에 대한 이야기를 쭈뼛거리며 꺼냈지만, 그의 말을 우습게 털어버리고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TPP에서 탈퇴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야말로 개망신을 한 셈이었는데도 아베는 트럼프와 골프까지 치며 충견의 소임을 다하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렇게 미국에게 굴욕적인 자세를 보이는 일본이 우리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한일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다는 내용을 정부가 공개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정부 간에 공식적으로 협정을 체결한 일도 아니다.

 

TPP는 여러 나라가 공식 절차를 밟아 협정한 일이었는데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그런데도 어물어물 물러선 일본이 부산의 대사관 옆 소녀상 설치문제로 대사를 소환하여 여태 보내지 않고 있다.

 

진행 중이던 통화 스와프 회담도 중단시키고 독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겐 비굴하고 우리나라에는 강경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베의 속물근성에 우리 정부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태도다.

 

거기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14일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소학교(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과목에 ‘다케시마(독도를 지칭하는 일본의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했다. 이 학습지도요령에 명시된 내용은 반드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일본의 교육지침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독도가 일본의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괘씸한 발상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서 그동안 하고 싶어도 실행하지 못했던 일들을 처리하려는 아베정권의 치졸한 획책에 우리 정부는 겨우 정부 대변인이 논평을 내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대통령 대행을 맡고 있는 황 총리도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니, 일본의 독도 영토 주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일본의 태도가 괘씸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제 머지않아 차기 정권이 들어서서 트럼프가 TPP협정에서 탈퇴한 일처럼 한일 위안부 합의도 없던 일로 하여 10억엔 돌려주면 그만이고, 그들이 주장하는 독도영유권 문제도 군사정부 시절의 비공식 협상쯤은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사드도입 문제도 없던 일로 하면 된다. 트럼프처럼 그동안 잘못된 일들을 탈탈 털어버리자는 말이다.

 

미국은 큰 나라이니 맘대로 하지만, 우리는 못한다? 그래도 주한 미군이 철수할 수는 없다. 그들이 한국을 위해 주둔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중국과 북한을 들여다보는데 한국만큼 좋은 기지는 없다.

 

아베여 기다리라! 머지않아 우리의 뜨거운 촛불이 그대를 향하여 타오를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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