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검사와 법무부(法無部)

푸르고운 2017. 2. 7. 13:49

지난 4일이 입춘이었다. 절기상으로는 이제야 비로소 새해가 시작된 것이다. 땅 위에는 눈과 얼음이 보이는 계절이지만, 땅 속에서는 이제 한창 새싹들의 눈이 트이기 시작하는 때이기에 입춘이라고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추운 겨울을 사는 사람들에게 봄은 희망이고 그리움 같은 메시지이다. 봄은 죽음에서의 부활이고 차디찬 동토가 녹아 소생을 준비하는 자연의 사육제이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도 비뚤어진 권력에 차이고 눌린 겨울로 얼어붙은 채 오랜 세월을 견뎠다. 그러다가 실로 오랜만에 무람한 정권이 국민의 힘에 의하여 심판대에 서있다. 당연히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어야 옳건마는 이 정권은 죄의식조차 없이 뻔뻔하다. 국민이 준 권력을 멋대로 이상한 샤먼에게 나눠준 일, 정권의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불이익을 준 일이 ‘통치행위’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을 뽑았던 국민은 부끄럽고 황망하다.

그래서 촛불을 들어 정권을 심판하기에 이르렀다. 그 심판을 면해보겠다고 별의별 꼼수를 다 동원하는 대통령, 국민이 선택한 특별검사가 청와대를 수색하려는데 이를 막은 권한대행 총리, 그래서 우리의 봄은 아직도 입춘에 머물러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서 죄지은 자들에 대한 단죄를 끝내고 ‘우수’ ‘경칩’을 지나 푸름이 만발하는 봄이 되기를 국민은 기다린다.

우리의 봄을 방해하는 정권, 그 못된 권력을 권한대행이라는 이름으로 붙잡고 있는 황 총리가 요즘에 슬금슬금 대통령의 꿈을 꾸는 듯한 행보를 하고 있다. 쥔 권력을 이용하여 보수 세력을 결집하면 승산이 있을 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역시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반기문 씨가 대선의 꿈을 접은 이유가 현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언감생심, 헛꿈을 꾸지 말아야 옳다.

지난 3일, 의정부지검의 임은정 검사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황 권한대행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임 검사는 황 총리가 법무장관 시절에 지휘했던 검찰이 얼마나 비판을 받았으며, 총리 시절에 얼마나 무법천지였는지 드러나는 마당에 대권을 꿈꾸는 일이 가당치 않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황 총리가 법무장관 시절에 내부 게시판에 “없을 무자 법무부(法無部)냐?”고 대들어 징계를 받기도 했던 야무진 여검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임 검사는 또 “장관 혹은 총리로 탄핵정국을 초래한 주역의 한 분이니 더한 과욕은 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맹자께서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 했으니, 한때 검사였던 선배가 더 추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썼다.

벨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지탄을 받지도 않을 터이지만, 후배 검사가 이런 정도로 따끔한 충고를 해준 일을 고맙게 생각하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우선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게하고 얼마 남지 않은 대행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좋은 대통령이 선출되는데 기여하는 데 주력해야 옳다. 아무리 댓글을 달고 공작을 해도 이번 선거는 진보에 권력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 뜻은 단순히 정권을 바꾸는데 그치지 않는다. 비로소 국민이 자신들의 힘을 인식하고 나라의 바른 주인이 되려는 것이다. 국민의 위에 있다고 믿었던 권력의 실체가 자신들의 판단착오에서 잘못 준 것임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분노하고 촛불을 들었다.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은 지난 시절의 국민인 줄 잘못 알고 이런저런 수작을 하거나, 이 권력의 중심이동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눈치 없는 사람을 들자면, 청와대에서 버티는 박 씨와 주변 인물들, 대선을 포기한 반 씨, 해묵은 정치수단으로 스스로 정치 고수라고 생각하는 여야의 정치인들, 관제 데모를 주도하는 이들, 아직도 권력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까지 수없이 많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깨달은 국민들은 지난시절처럼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고,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 국민의 정치의식은 완전히 새롭다. 오래지 않아 뭔가 잘못 된 길로 접어들었던 이들도 사태를 바로 인식하게 되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탄탄대로에 들어설 것이다.

바로 임 검사 같은 이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검은 세력이 쥐락펴락하는 일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정치다운 정치가 살아나고 권력이 봉사의 개념으로 변화하는 시대가 열리기를 새봄과 함께 기다리련다. 주인이 주인다워지고 머슴은 주인에게 충성하여 나라가 바로서서 평화롭고 잘사는 나라가 되기를 우리 모두의 마음으로 빌어보자.

'신문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거시기하네  (0) 2017.02.12
받아쓰기와 촛불  (0) 2017.02.12
장어 미끄러지고 황이 솟을까?  (0) 2017.02.07
법률미꾸라지와 새봄  (0) 2017.01.31
반반(潘半)을 생각해본다.  (0) 201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