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참 거시기하네

푸르고운 2017. 2. 12. 17:27

일본 교토대학 제임스 앤더슨 비교심리학 교수가 재미있는 동물 실험을 했다. 긴꼬리원숭이와 개가 인간의 행동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는데, 동물들도 사람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싫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앤더슨 교수는 긴꼬리원숭이와 개가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의 배우에게 한 사람은 양보하고 베푸는 행동을 하게하고, 한 사람은 반대로 욕심을 부리고 남의 것을 빼앗고 안 주는 행동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에 두 사람에게 동물의 먹이를 주도록 했는데, 원숭이와 개가 모두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의 먹이만 받아먹었다고 한다.

여러 차례 비슷한 형태의 사회적인 행동과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같은 실험을 했는데 거의 대부분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 사람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앤더슨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서 “동물들의 원시적 사회성 평가 능력이 있음을 보고, 인간도 본능적으로 사회성을 평가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쉽게 말하자면 동물도 사람의 나쁜 행동을 보면 싫어하는 본능이 있고, 사람도 근본적으로 선악을 구별하여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본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동이나 범죄를 미워하는 행동은 본능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어쩌면 맹자의 성선설을 뒷받침하는 연구라고 할 수도 있다.

월요일 아침에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바로 요즘 긴꼬리원숭이나 개만도 못한 부류의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그야말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어처구니없는 불법과 부조리가 대통령과 측근에 의해 자행되어온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하고, 국회는 대통령의 헌법파괴와 범죄행위에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지금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서 국회와 대통령 대리인의 공방을 지켜보고 판단하기 위한 재판을 거듭하고 있다. 그와 함께 특별검사가 임명되어 사건을 광범위하게 파헤치고 있어, 날이 갈수록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불법과 헌법파괴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 누가 봐도 누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연인원 1천만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라고 외쳤다. 촛불이 무섭게 타오르던 시기에는 대통령도 잘못했다고 국민 앞에 빌었고, 호위무사 정당인 새누리당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자중지란 끝에 둘로 갈라섰다. 어느 누구도 그 죄를 비호하려들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날씨가 추워지고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되면서 촛불이 점차 수가 줄었다. 그러면서 희대의 고집쟁이인 박근혜의 ‘죄 없다’ ‘억울하다’ ‘난 아무 잘못이 없다’가 반복됐다. 그러자 어쩐 일인지 우익보수단체의 태극기 시위 숫자가 늘었다.

세월호 유족의 단식농성장에 치킨을 들고 와서 먹으며 사람으로서 하지 못할 짓을 하던 관변단체와 박사모 등 보수 세력이 주축이 된 태극기 시위이다. 그리고 그들 속에 대통령의 호위무사인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버티기가 점점 도를 더해가면서, 그동안 숨소리도 못 내던 이들이 덩달아 억지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동네 똘마니들의 세력싸움에서나 나오는 경우이지, 나라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판국에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그들의 편들기 행동 속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탄핵이 이루어진 뒤에 닥칠 대통령의 단죄와 그에 동조하며 이익을 얻은 자에 대한 조치가 무섭고, 앞으로 정치생명이 끊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뻔한 일을 모르쇠로 버티는 일에 편들기를 하는 일이야 말로 부끄러운 일이다. 앞에 말한 것처럼 긴꼬리원숭이나 개도 반사회적인 사람을 분별한다는데,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태극기 시위자들 앞에 서서 북한의 사주를 받아 촛불시위를 한다는 등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원래 양심이라는 게 없거나 막된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적어도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그런 상식이하의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건 참혹하다. 박근혜를 뽑은 사람들이 실수했듯이 그들을 뽑은 유권자들은 얼마나 허탈하고 화가 치밀 것인지 생각하면 안타깝다.

흔히 사람 같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두고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을 쓴다. 요즘 태극기 집회를 보며 정말 개보다 못한 판단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꼬리를 말아 감추고 비실거리던 개가 제 주인이 뭐라고 되잖은 떼를 쓰는 걸 보고 덩달아 낑낑대는 걸 가리켜 충견(忠犬)이랄 수도 없고……, 참 거시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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