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서 비통해하며 눈이 벌겋도록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보았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앞으로 임기동안에는 추도식에 오지 않겠다고 했다. 임기가 끝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친구의 영전에서 맹세했다.
나는 그의 눈물을 오래도록 지켜보지 못했다. 오열하던 문 대통령보다 어쩌면 내가 더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를 만큼 그 광경을 보며 많은 눈물이 흘렀다. 처음 시작부터 묘소에 헌화하고 가족들을 만나는 장면까지 몇 번이나 TV를 껐다가 다시 켰다.
내게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그 이름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대상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왜 그를 생각하면 눈물이 흐르는지를 설명하지 않겠다. 독재의 유산으로 배부른 사악한 무리들이 사람다운 세상을 열고자 하던 그를 죽여 세상의 흐름을 막으려 했던 일이 분하고 서러워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것이라는 짐작을 할 뿐이다.
그날 문 대통령이 흘린 눈물과 내 눈물은 과연 같은 것일까? 다르다면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왜 나이가 많아지면서 눈물도 따라서 많아진 것일까? 그런 어수선한 생각들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고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는 정말 아까운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과 권력을 탐하는 무리에 의해 희생되었다.
그날 흘린 문 대통령의 눈물과 내 눈물의 맛이나 성분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의 눈물에는 지난 8년간 가슴에서 뱉어내지 못한 아픔과 터질 듯 치밀어 오르던 분노, 그 아름다운 사람을 무능하고 고집만 센 인간으로 폄하하고, 독재의 유산으로 떵떵거리며 마구잡이 정치를 해 온 집단에 대한 증오가 녹아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국민의 촛불로 불온 세력을 몰아내고 기어이 열어젖힌 새로운 세상을 펼쳐나갈 주역으로서 각오와, 국민의 여망을 한가득 짊어져 무거운 책임을 도맡은 데 대한 사명감과 승리의 쾌감이 짭짤한 눈물 맛을 상큼하게 바꾸었을 수도 있다. 그의 눈물에는 사랑하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친구에게 반드시 보여주고 싶었을,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환희의 노래를 들려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 내 눈물과는 다른 맛을 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움과 슬픔과 분노와 안타까움이 비벼진 맛에 국민의 사랑을 등에 업은 행복감과 자신의 손으로 열어갈 수 있는 닫혀있던 문들을 열 방도를 생각하며 북돋아 올라온 기쁨이 첨가되어 새로운 맛으로 나타나기도 했을 것이다. 그의 눈물 맛을 내가 짐작할 수는 없지만, 찝찔한 내 눈물 맛과는 비교불가일 것이라는 짐작을 한다.
그와 내 가슴에 묻혀있던 분노와, 비뚤어진 세상을 견디며 가슴에 요동치던 말과 생각과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 따위는 부피는 다를망정 같은 것이었다고 짐작한다. 그러나 그런 세월 속에서 헛된 나이만 잔뜩 먹은 내겐 야망도 복수심도 책임감마저 없는 구시렁거리는 정도의 하찮은 분노가 남아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내가 흘린 눈물에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부패한 생각과 한숨이 섞여 짭조름한 맛에 고린 맛이 혼합되어 찝찔한 맛이 포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 눈물 속에는 일찍 내 가슴을 후비고 저 세상으로 떠난 딸아이와 오랜 동안 날 간병인으로 살게 하고 홀연히 먼 나라로 가버린 아내를 향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섞여있었다. 그런 까닭으로 울컥울컥 치미는 서러움의 덩이가 밀어 올리는 피 냄새가 비리척지근한 맛으로 묻어 나왔다.
눈물의 성분은 98%의 물과 나트륨, 그리고 미량의 단백질 등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따라서 분노하여 눈을 깜박거리지도 않으며 앞을 노려보다가 흘리는 눈물은 눈이 말라 수분이 적기 때문에 맛이 더 짜다. 반대로 즐겁거나 슬플 때에 흘리는 눈물은 부교감신경이 자극되어 수분이 많아지므로 싱겁다고 한다. 젊은 여자의 눈물에는 페르몬도 섞여 나오기 때문에 여자가 울면 남자가 쉽게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는 말도 있다.
지난 세월 동안 내가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던지, 얼마나 많은 양을 흘렸던지 기억해낼 수는 없다. 나이 들기 전에는 눈물을 흘린 기억이 별로 없다. 대개는
나이를 먹으면 눈물샘이 마르거나 누선(淚腺)이 막혀 눈물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데, 나는 눈물이 많아져서 걸핏하면 눈물이 흐른다. 감정이 여려지고 여성호르몬이 많아져서 그런다는 말이 있지만, 하찮은 일에도 눈물이 솟아 감추느라 애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으니, 지난 슬픔일랑 지워버리고 미움도 다 사그라져서 맨날 기쁘고 즐거워 싱거운 눈물만 펑펑 흘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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