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끝에 양국이 공동발표문을 내는 등 나라경제의 어려움이 다소 풀릴 듯한 조짐을 보였다. 외교문제는 사소한 이해관계로 틀어지거나 호전되는 것이므로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지만, 중국 내부의 불만도 있었던 터라 그런대로 풀려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해도 좋을 듯하다.
다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부터 일본을 방문하고 내일은 한국을 국빈 방문하여 우리 국회에서 연설과 평택 미군기지 방문 등의 일정을 보내는 동안 어떤 변수가 나올지가 문제다. 일본은 트럼프의 딸 아방카를 환대하여 570억 원을 진상(?)하며 아양을 떨었다. 그리고 트럼프 방문기간 동안 아베는 지극 정성으로 비위를 맞추며 트럼프를 통해 한국정부에 압박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이른바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한국에 군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안달이난 일본이다. 패전 후에 아직도 위안부 문제 등 자기들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들은 여전히 한국을 장래의 먹잇감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정부시절에 한일군사정보공유 협정을 하면서 전시군사물자 상호지원협정을 끼워 넣으려다 실패한 일본이다. 그들은 트럼프를 설득하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어떻게든 성사시키려 획책할 것이다. 어쩌면 트럼프가 국회 연설에서 이 문제를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
강경화 장관이 국회에서 3불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이어서 한중 양국이 공동발표문을 낸 뒤에 문 대통령이 홍콩 아시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한 건, 트럼프 방문을 앞두고 우리의 입장을 미리 드러내고자하는 몸부림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외교적 기조가 이러하니 한미일 군사동맹과 사드추가배치, 미국의 MD망 문제는 꺼내지 말아달라는 사전 포석이다. 미국과 밀착되어 있는 일본이 날로 커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을 중국과 떼어놓으려는 데 반발하는 한국의 입장도 3불정책 속에는 포함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통해 실익을 챙기는 게 최선이라는 인식을 하는 듯하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좋아지면 극동에서 홀로 남아 배 아픈 꼴을 보아야 하므로 어떻게든 이를 막으려 갖은 수단을 다하고 있다. 아베가 미 대선에서 클린턴을 지원하다가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미국에 쫓아가서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에게 알랑거리던 모습을 우리는 잘 보았다. 어떻게든 미국에 붙어서 호가호위(狐假虎威)라도 하려는 것이다.
보수정권에서는 3불을 두고 ‘삼전도의 굴욕’이라며 미국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 정당 뿐 아니라 그들을 추종하는 언론이 모두 나서서 ‘3불은 악수(惡手)’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의 한 주(洲) 쯤으로 편입되기를 원하는 그들의 눈에 한중외교 정상화가 달가울 리 없다. 유난히 한국과의 교역문제에 민감한 트럼프가 FTA파기를 입에 올리며 재협상을 지시한 상황에서 미국만 바라보는 외교를 주장하는 그들이야 말로 사대주의에 목매는 어리석은 무리일 뿐이다.
지호지간(指呼之間)이라 할 수 있는 거리에서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커가고 있는 중국을 외면하자는 어리석은 집단의 말을 국민은 신뢰하지 않는다. 무역 흑자 이상으로 미국의 무기를 사들이고, 그들의 군사시설 용지를 빌려주고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도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되 뇌이고 있는 미국이다. 그러한 미국의 견제에서 벗어나는 일이 ‘삼전도의 굴욕’이라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일은 무엇인가?
일본에서 2박3일 동안 온갖 환대를 받으며 한국에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아베의 설득을 들었던 트럼프가 우리 국회에서 할 연설이 궁금하다. 그런 문제들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선주문이 바로 3불 정책이다.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이 3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 대목이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필이면 트럼프 방문 직전에 이런 발표들이 연이은 것은 어쩌면 약소국 한국이 내지르는 비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든 일본의 꾐수가 미국을 움직여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결과를 피해보려는 몸부림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사안에 끼어들지 않겠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미국에 기대기보다는 북한의 최종 보루인 중국을 움직여 북핵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게 정부의 뜻이다. 걸핏하면 군사적 방법으로 북핵을 해결하려는 미국의 입장은 자칫 우리를 전쟁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에 트럼프가 한국에서 이 세 가지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의 개입을 촉구한다면 그는 무례한 사람이고 ‘약소국가를 억누르는 강대국’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북핵 문제를 목전에 두고 정면으로 미국에 대고 말하지 못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3불 입장표명은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이었다. 트럼프의 말이 나오기 전에 ‘우리의 입장은 이러하니 말하지 마시오.’라는 메시지이었음을 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7일 정오에 도착하여 평택주한미군기지 방문, 청와대 공식기자회견 및 만찬, 8일 국회본의의장 연설, 현충원 방문, 오후1시 베이징으로 출국까지 25시간 동안 머무는 트럼프의 일정에서 3불을 언급하지 않기를 바라는 정부나 필자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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