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대선레이스를 포기했다. 그의 포기선언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특히 이 나라의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토로한 그의 언사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리고 그동안 집요하게 그를 따라다닌 언론의 보도가 지나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한 이유는 그가 외무장관을 역임한 오랜 외무 공무원이었고, 유엔 사무총장을 10년간 지낸 경력을 선호한 것일 터이다. 공무원으로 발을 들여 유엔총장을 지낸 입지전 적인 인물이어서 유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나라의 오랜 관료 우선주의에서 비롯된 선입견일 뿐이다.
대선 후보 되기를 포기한 사람을 두고 시시콜콜 뒷소리를 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건 아니다. 왜 그가 언론의 추적을 받아야 했는지, 아울러 왜 언론이 그를 대통령으로 적임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는지를 생각해보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짚어보려는 뜻이다.
지난 1월19일자 ‘반반(潘半)을 생각하다’라는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그는 대통령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출세지향의 공직자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비선이 나라를 흔들게 하고 독재자의 통치수단을 재현하여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운용하여 나라의 정신을 썩게 했으며, 남북의 긴장을 유발하여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삼은 박근혜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은 새로운 나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양성이 넘치는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는데, 그는 이 편협한 정권을 심판하기는커녕, 비호하고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에 언론은 그를 들어내어 보여주면서 국민들이 설마라도 그를 지지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였다. 그가 등장하기 전부터 언론은 그가 끝까지 완주할 수 없으리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기가 걸어갈 길이 아닌 것을 거니채고 꿈을 접었다. 역시 시세에 밝은 사람이었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일은 하루빨리 이 정권이 물러나서 지은 잘못을 심판받고, 어지러워진 나라를 바로세울 대통령이 선출되는 일이다. 대통령에 네 번째 도전하는 인물을 비롯하여 너도 나도 대통령이 되어 잘해보겠다고 장담을 하고 있지만, 최소한 기본은 갖추어진 사람이어야 한다.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국민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잔머리 굴리는 책략가 보다는 큰 틀을 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황당한 정권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이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는 지난 이명박 정권 이후 9년 동안 국민을 발밑에 두고 제멋대로 국민이 준 권력으로 국민을 윽박지르고 기만하는 대통령을 보아왔다. 여태 검찰이 눈감고 모르는체했던 일들이 특검에 의해 연일 드러나고 있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몰염치한 정권이다.
그 정권의 중심축인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며 권력 맛을 보았는지, 요즘 행보가 예사스럽지 않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황 총리를 대통령 후보로 염두에 두는지 바짝 추켜세우며 공을 들이는 눈치다. 뭔가 죽이 맞아간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그들이 과연 국민들의 뜨거운 마음을 알고 있을까? 법무장관으로 정권 비호에 앞장섰던 인물을 총리로 임명할 때도 말이 많았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그들은 ‘우리가 남이가?’의 신화를 믿고, 국민을 만만히 보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뭘 잘못했느냐?’ ‘감히 너희가 나를 몰아내려고 탄핵을 하다니’라는 태도로 ‘탄핵이 기각되면 언론과 검찰을 손보아주겠다’는 직무정지 대통령이나, 그를 만들어 낸 새누리당이나, 그 아래서 법무장관을 거쳐 총리를 지내고 있는 황 대행이나 모두가 저울에 달면 같은 눈금일 듯하다. 그런 인물이 대통령을 꿈꿀 만큼 그들의 의식세계는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 촛불이 타오른 진정한 이유를 모르고 있는 사람이 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이고,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현실에 국민들은 불쾌하다.
만일에 촛불의 의미를 알고서도 그가 대통령을 꿈꾼다면 그가 나쁜 사람이거나 어리석은 사람일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그의 눈에는 국민이 우습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의 일각에서 황 총리 카드는 ‘필패’라는 분석이 있었다. 바른 분석이다.
적어도 다음 대선에서 여권이 후보를 낸다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국민을 물로 보지 않는다면 조용히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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