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탄핵인용은 필연이다.

푸르고운 2017. 3. 7. 15:17

어제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나온다는 경칩이었다. 골짜기에는 얼음이 풀려 졸졸거리며 봄이 흐르고 있고 깨어난 개구리가 볕뉘 아래에 몸을 녹이고 있는데, 국민의 마음은 아직도 꽁꽁 얼어 있다. 분명히 봄이건만 나라의 얼음이 풀리지 않았으니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3.1절에 이어 4일에도 전국에 100만 이상의 국민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촛불을 든 이들은 ‘탄핵인용’ ‘박근혜 구속’ ‘특검 중단과 청와대 압수수색을 막은 황교안도 퇴진하라’ 등을 외쳤다. 또 “박근혜를 구속하라. 범죄자를 구속하라. 박근혜가 구속되고 우리가 자유를 행진할 때 그것은 우리의 봄”이라고 외쳤다.

촛불군중은 정치권의 무능과 권력욕도 비판했다.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도 ‘역사교과서 철회’ ‘세월호 진실규명’ ‘사드배치 철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언론장악 방지법’ ‘성과퇴출제 폐기’ 등 6대 적폐의 무엇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권장악을 위해 보수 세력이 좋아할 말만 골라서 하는 야권주자, 당장 중국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사드문제도 ‘다음정권에 넘겨라’ 정도로 얼버무리는 대선주자의 모호한 태도도 지적했다.

태극기집회장에서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깨끗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칭송이 나오고, 여전히 헌법재판관을 위협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태극기보다 더 큰 성조기를 여럿이 펴들고 행진을 하는가 하면, 성조기를 추앙한다는 비판을 면하려는 속셈인지 브라질 국기 등 외국 국기를 몇몇이 들고 나왔다. 그들의 협박, 막말과 가짜뉴스가 여전했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기각을 우려하고 있지만, 결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헌법재판은 일반 재판처럼 유전무죄나 권력무죄가 있을 수 없다. 지난번 ‘통진당 해산’ 판결에 비추어 권력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할 필요도 없다. 소추된 14개 사안 가운데 어느 하나만 사실이어도 탄핵은 인용될 수밖에 없다.

대리인단의 주장대로 최순실의 불법을 몰랐다고 해도, 어엿한 국가기관인 청와대 최측근 비서들이 그녀를 도와 불법을 저지르고 있음을 몰랐다면 국정 수행 능력 자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막강한 정보력을 갖고 있는 청와대가 더구나 40년 지기가 저지른 일을 몰랐다고 말하는 자체가 거짓말이고 헌법파괴이다. 이석수 감찰관이 비리를 들추자 엉뚱하게 수사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국기문란’을 들먹이며 감찰관과 감찰관실 자체를 없애버린 일 만으로도 탄핵은 인용되고 남는다.

만일 탄핵소추를 헌재가 기각한다면, 이 나라는 법이 없는 ‘무법천지’의 나라다. 이 나라의 최고 헌법수호기관이 무너지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야당의 대선후보가 헌재의 어떤 결정도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했는데, 과연 그런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나설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드러난 불법과 헌법파괴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나라꼴을 이 지경으로 만든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된다면, 정말 나라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태에 이르기 전에 이런저런 비리가 터져 나오던 시점에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자리에서 내려왔어야 옳다.

독재자의 딸로 청와대에서 살면서 폭력적인 정치를 눈에 익힌 사람의 수준에서는 드러난 비리가 ‘까짓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정치란 재벌 정강이 차서 돈도 빼앗아 쓰고 뭐 그런 거 아니냐? 라고 인식한다면 “난 정말 아무 잘못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야당 의원이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그녀는 노 대통령을 향하여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하며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해 줄 것으로 믿는다.’라는 말을 해서 국회의원 선거의 중립을 훼손했다는 이유 한 가지 였다.

그 때의 탄핵 기각을 상기하여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기각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터무니없다. 그 기각에 견주어 이번 탄핵소추를 기각해 달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양심이 과연 있는지, 세상 분별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누구 말대로 “선거 잘못한 죄 값”을 톡톡하게 치르고 있다. 당장에 일본은 ‘10억엔 값’을 하라고 버티고 있고, 중국은 갈수록 ‘사드 보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헛발질만 계속해 온 경제정책은 가계부채만 늘려 국민의 지갑이 닫혀버렸다. 그래서 국민은 우선 헌재의 탄핵인용으로 박근혜 없는 봄을 맞이하고, 엉터리 정책을 하루 빨리 걷어치우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주 10일에는 검은 구름 사이로 밝은 햇살이 퍼져 나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