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 대행의 낭랑한 목소리가 법정과 온 나라에 울려나왔다. 순간, 가슴이 울컥하고 절로 눈물이 솟아나왔다. 승리다. 민심의 승리다. 무도한 정권이 드디어 무너졌다.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의 찬성으로 탄핵이 결정되었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2분에 사악한 정권은 끝장이 났다. 나라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나라 법의 마지막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얼룩지고 비틀린 사법정의를 반듯하게 세웠다. 오늘의 이 판결은 무능하고 파렴치한 정권을 끝장낸 일 이상의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염려하고 안타까워했던 유전무죄, 유권무죄(有權無罪)의 슬픈 인식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오늘이야말로 오래도록 기념해야할 ‘법이 회생한 날’이다.
오늘 우리는 촛불민심이 그렇게도 원하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서곡을 들었다. 새로운 시대! 그 가슴 떨리는 시대를 위하여 오랜 세월 숱한 사람이 피를 흘렸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거짓과 술수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 법이 힘에 의하여 찌그러지지 않는 사회, 권력이 주인인 국민을 위해서만 쓰이는 사회를 말한다.
오늘의 선고는 새 시대를 여는 시작일 뿐이다.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을 깔아뭉개던 세력에 철퇴가 내려졌지만 아직도 이 나라의 곳곳에는 그들의 잔당이 남아 지난정권에 대한 향수로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러기 위하여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 박근혜의 출국금지를 서둘러야 한다. 2012년에 국민을 속여 대통령 자리를 훔친 죄부터 최순실과 관련된 모든 죄상과 나라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을 낱낱이 밝혀 그 죄 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아울러 그를 도와서 검찰과 사법부를 교란한 우병우를 구속 수사하고 아바타인 황 교안은 공정한 선거를 실행하는 일 외에 어떤 변화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둘째, 당장 사드 설치를 중단하고 새 정부가 중국과 협상하여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확실하게 견제하는 수단을 전개하도록 요구하여야 한다. 북한이 준동하지 않으면 사드는 필요 없다. 사드 배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한 통속이 되게 하는 지름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바로 이런 이득을 노린 정략적 책동이다.
셋째, 성조기와 ‘I ♥ Trump’라고 쓴 미국 트럼프대통령 사진까지 들고 다니며 헌법재판관을 겁박하고 특검을 위협한 무리들을 당장 의법 처리해야 한다. 죽창에 태극기를 달아 국기의 존엄성을 훼손한 죄와 함께, 미국의 힘을 좆아 알랑거리는 무리들이 헌재의 판결에 불복하는 어떤 행동도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 “
이 나라는 박정희 독재의 오랜 잔재가 50년 넘게 이어오면서 사회 곳곳이 병들었다. 노력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아니었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가 어른으로 대접받는 사회, 힘 있는 편에 붙어야 잘 먹고 잘 살 수 있던 사회가 이어졌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은 ‘꽁생원’이라고 놀림감이 되었다.
일본 강점기에는 친일파로, 미군정 치하에서는 영어 나부랭이를 읊으며 미군에 붙었다가, 자유당 정권에서는 자유당으로, 박정희 독재 시절에는 공화당이나 새마을운동에 끼어들어, 그리고 말썽을 일으킬 때마다 당명을 바꾸어 오늘에 이른 숱한 기회주의자들이 어른 노릇을 하며 떵떵거리는 전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권력의 부역자들이 정치 일선에서 설치는 한 이 나라의 새 시대는 어림도 없다. 그런 자들의 사탕발림에 국민이 속아 권력을 갖다 바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지난 잘못들을 모두 드러나게 하고 알려야 한다. 그들의 진상을 분명하게 알아서 속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묵은 시대는 청산되어야 한다.
오늘, 대한민국은 다시 태어났다. 새로운 시대, 국민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이제 봄이다. 진정한 봄이 열렸다. 아름다운 민주주의를 꽃피울 씨앗을 심으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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