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우리 결혼 33주년 날 돌아왔다. 기념일에 맞춰 와 준 것만 같아 너무 고맙다. 당신도 나도 조금만 더 참고……, 꼭 만나자.” 이 말은 세월호 미수습자인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 씨(54)가 어업지도선 무궁화 2호 선상에서, 인양되어 반잠수선에 옮겨지는 세월호를 보며 했다는 말이다. 3월 23일이 결혼기념일인데 그날 세월호가 인양되어 물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을 현장 가까이서 배를 타고 지켜보다가 슬픔을 에둘러 고맙다는 말로 전했다.
노심초사하던 가족들의 안타까운 심경이 그 몇 마디 말에 다 들어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 만 아니라 희생자가족, 그리고 대부분 국민의 마음은 다 같은 심경일 터이다. 화목하던 가족 가운데 한 명이, 한창 예쁘게 자라던 고등학생이던 자식이 수학여행 길에서 하찮은 이유로 수중고혼이 되었다면, 그 부모와 형제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이제, 그 엄청난 사고를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관저에서 머리를 다듬고 화장을 했고, 알 수 없는 일로 시간을 허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날의 행동은 조금도 남김없이 밝혀야 원혼들이 한을 풀고 저승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반드시 규명돼야할 또 하나의 더러운 일,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을 사주하여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 투쟁 현장에서 치킨과 배달음식을 먹으며 조롱하도록 했다는 그 일의 진상도 반드시 밝혀야할 일이다. 과연 누가 지시를 했고 어떤 자금이 흘러갔으며, 그런 더러운 행동을 하도록 가르쳐서, 유족들을 분노하게 하고 무력감에 빠지게 했는지를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세월호가 1,075일만에 물속을 벗어나 모습을 드러내었다. 녹슬고 찌그러진 거대한 고철덩어리가 그동안 애타게 기다려온 미수습자가족과 국민들에게 얼마나 시원한 결과를 내어줄 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침내 그 한과 눈물 덩어리가 물속에서 세상에 나왔다는 자체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내일 모레 쯤 이면 목포항 부두에 도착하여 그 안에 남겨진 슬픔들을 거두어 낼 수 있을 것이고, 사고의 원인도 실체적인 규명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며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나올 수 있는 세월호가 왜 여태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던가? 불과 몇 시간만에 물위로 올라올 수 있는 데, 나오지 못했던가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인양 뒤에 언론의 한결같은 지적은 세월호를 입 밖으로 꺼내는 일 자체가 금기시 되어온 청와대의 분위기 때문에 세월호가 물속에 그냥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수백 명의 국민이, 그것도 꽃피어야 할 어린 생명들이 여객선에 갇혀 죽어가고 있던 시간에 대통령이라는 여자는 미용사를 불러 화장을 하고 머리를 올리고 있었다니, 그러고도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뻗정다리 뻗대듯’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쫓겨나고서도 날마다 미용사를 불러 잘나지도 못한 얼굴을 다듬고 머리를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날도 분명히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지느라 보고조차 받지 않고 뭔가 하며 놀았을 듯하다.
그리고 다 늦은 저녁에야 원인을 모르는 흐트러진 머리로 상황실을 찾아가서 “구명조끼를 다 입었다는데 그렇게 찾지를 못하냐?”고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를 지껄였다. 그랬으면 미안해서라도 서둘러 사고 선박을 인양하고 수습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되레 세월호 라는 말 자체를 꺼내지 못하게 하고, 유가족들의 단식 현장에 인간답지 않은 무리를 보내서 조롱한 일은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직접 지시한 일이 아니라면 그런 행동을 하는 무리들을 당연히 질책하고 응징했어야 옳다.
또 하나 짚어보아야 할 일은 박근혜가 탄핵되고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에 구속을 검토하는 시점에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박근혜의 구속에 쏠려있던 국민의 시선이 세월호로 자연스럽게 옮겨져 구속을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검찰은 지난주 말에 구속 여부를 정한다고 하더니 말이 없다.
그렇게 바라던 세월호 인양이 하필이면 이 시기에 시작되어 국민의 관심을 쏠리게 하고, 박근혜의 구속문제는 유야무야 시간을 보내다가 불구속기소를 하겠다는 계산된 인양이 아닌가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이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국민의 시선을 끄는 다른 사건이 터졌다.
최근에 비선 사건이 터지자, 백남기 농민이 숨을 거두었고, 새누리 이정현이 단식농성을 하다가 슬그머니 멈추고 했던 것처럼 이 정권 내내 정부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관심을 돌리는 사건이 터졌거나 만들어졌다. 결국 박근혜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세월호가 그의 구속을 피하게 하는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국민은 세월호로 인해 더욱 박근혜의 구속을 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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