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한답시고 일본정부로부터 10억 엔을 출연 받아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는 합의를 감행한 일의 뒤끝이 지저분하다. 생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에 피해 당사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1억 원이 아니라 단돈 1원이라도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야 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큰 부분을 빼앗겨버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가해자의 진정어린 사죄’인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피해자들의 공감 없이 정부가 나서서 일본과 합의를 한 일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전체 피해자 257명 가운데 생존자는 40명이라고 한다. 남은 피해자들은 살아생전에 일본의 사죄를 꼭 듣고 싶어 마음이 바쁘다. 정부는 그런 피해자들의 소망은 아랑곳없이 떡하니 일본으로부터 10억 엔을 받아 ‘화해치유재단’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일본정부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대사관 앞 ‘소녀상’을 치우겠다고 약속까지 한 듯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아무리 우리가 입 아프게 말을 해도 정부에는 닿지 않는다. 정부가 이렇게 할머니들을 괴롭힌 건 처음"이라며 "우리가 그깟 위로금 받겠다고 이 날까지 기다리고 있는 줄 아느냐"고 격앙했다. 그리고 한일 정부 합의와 정부 현금지급에 분노한 나눔의 집 할머니 6명을 포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지난 달 30일 "한일 합의는 헌법재판소 결정 위반"이라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 원씩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은 아베 수상의 주도하에 평화헌법을 고쳐서 다시 침략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군을 따라 그들의 군화발로 다시 이 나라를 짓밟을 수 있도록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어놓고 있다.
전범의 손자인 아베가 일본수상이 되면서 일본의 꿈은 다시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피로한 미국을 꼬드겨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일본이 나눠 맡겠다는 듯 눈속임을 시도하고 있는 현실을 빤히 보면서 자꾸만 일본에 가까워지고 협조하려는 이 정부의 의도가 궁금하다.
일본이 진심어린 사죄를 하지 않고 버티는데도 우리정부가 나서서 ‘억지 춘향’으로 화해를 모색하고 10억 엔을 받기로 한 일은 피해 할머니들 뿐 아니라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광복절,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에서 풀려난 날의 경축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발전적인 미래’ 만을 강조했을 뿐, 그들의 죄상을 상기하거나 아직도 풀지 못한 매듭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박정희에 이어 딸마저 일본을 두둔하고 나서서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궁금하다.
이번 합의 뒤에 ‘화해치유재단’이라는 단체가 현재 심신이 허약한 지방의 피해자들을 만나서 생전에 1억 원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하여 상당수가 돈을 받겠다고 대답을 한 모양이다.
고령인 피해자들 생각이라기보다 자손들이 할머니가 세상을 뜨고 나면 그나마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받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듯하다. 걸핏하면 ‘나라를 위해서’이고 돈이면 뭐든 다 참아야 한다는 논리로 일을 풀어나가는 정부의 막무가내에 피해 할머니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대사관 건너편에 있는 소녀상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반응은 곧 자신들의 잘못을 알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들이 비인간적 범죄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그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것은 아직도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아우슈비츠 학살 현장을 보존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달 26일, 시사자키 정관용이 대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지키며 교대로 밤을 새우는 이 아무개라는 학생과 인터뷰한 내용에 “매국적이고 우리 정부는 아닌 것 같다.”는 대답이 나왔었다. 그리고 “자꾸 우리나라 정부라고 말은 하는데 일본 정부인 것처럼 말을 하니까 정말 일본 정부인 것 같아서요.”라고 학생은 대답했다. 어린 학생의 눈에도 일본 정부인 듯 보일 만큼 지금 우리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의 입장만 두둔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권 말기로 향하면서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일만 거듭하는 정부에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주인이 화났다.
16.08.31. 전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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