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예술인 블랙리스트

푸르고운 2016. 12. 14. 00:05


달력을 보면 분명 201610월이다. 그런데 나라꼴은 40년전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이나 5공 독재정권의 판박이다. 어두운 권력의 힘이 모든 분야에서 멋대로 폭주하며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비선실세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들이 나라를 뒤죽박죽으로 흔들어도 국회는 이들을 국정감사에 불러낼 수조차 없다. 잘난 국회선진화법이 여당에 빌미를 만들어주어 결사적으로 청와대를 지킬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연일 터지는 의혹에도 청와대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비상사태에 딴소리하는 불온세력의 정부 흔들기라며 되레 눈을 흘기고 있다. 언론이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눈에 보이듯 비리와 불법을 지적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니, 국민의 마음엔 분노와 후회만 쌓일 수밖에 없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예술인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런저런 기회에 정부를 비판하거나 반대 입장에 선 예술인과 야당과 가까운 예술인의 명단이 곧 예술인 블랙리스트이다. 이들에게는 정부가 운용하는 문예진흥기금을 지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시책에 찬동하고 협조하는 예술인에게만 창작기금을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지난날 군사독재와 5공 시절의 망령이 되살아나서 이번에는 돈으로 예술인들이 정부시책을 찬양하고 따르게 하는 수단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2015529일 예술위 회의록에서 권영빈 당시 예술위원장은 “(기금 지원)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해놓고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는 겁니다.”라고 했다. “또 하나는 , 참 말씀드리기가 힘든데요, 심의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적인 심의가 원만하지 않다.” “우리 예술위원들이 추천해서 책임심의위원들을 선정하면 해당기관에서 그분들에 대한 신상파악 등을 해서 된다.’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기록을 공개한 것이다.

 

요약하면, 기금 지원 대상자가 리스트에 올라 있으면 지원할 수 없다. 지원 대상자 심의도 위원들이 결정할 수 없다. 지원 대상자를 심의하는 책임심의위원도 기관에서 신상파악을 해서 정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금지원 심사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지원이 배제된 사례도 언론 보도에 드러났다. <한겨레>10일자 신문에서 박근형 연출가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대본 공모 지원, 우수 작품 제작 지원 사업 등에 이미 선정된 작품임에도 지원 사업에서 배제됐고, 예술위원회 직원으로부터 지원금 포기를 직접 종용받았다. 연극계는 박 연출가가 전작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하했기 때문에 표적 검열을 당했다고 주장한다.’라고 썼다. 법으로 지원하는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권력이 가로막아 차단하는 수치스러운 일이 자칭 선진국 대열에 근접했다.’는 나라에서 버젓이 자행되어서는 안된다..

 

재벌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높아졌다고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곳곳에 드리운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혀 비선실세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정치행태가 사라지고 정직한 정치가 최고 덕목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다양성이 살아있는 그런 나라가 선진국이다.

 

이일에 대하여 관계부처는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위원회의 회의록은 무엇인가? 권 위원장의 발언은 허구이거나 창작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도종환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말이다. 참으로 어이없다.

 

어떤 이는 예술인 블랙리스트 문제를 두고 비선을 통해 수백억원을 거두는 사건도 있는데 맘에 안 드는 예술인을 기금지원에서 제외시키는 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물론 돈이 만능인 세상이니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이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특정 이념에 치우치거나 권력의 시녀가 되어 국민정서가 피폐해지는 무서운 결과를 불러 온다. 그러지 않아도 황금만능의 굴절된 사고가 만연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예술마저 왜곡되어 순수를 잃고 정권의 비위에 맞는 발라맞추기에 급급하게 된다면 큰일이다. 이일은 반드시 밝혀내야할 엄중한 일이다./김규원 편집고문

16.10.12. 전주일보

 


'신문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통령의 민낯  (0) 2016.12.14
해시태그 #그런데 최순실은?  (0) 2016.12.14
부끄러운 비선을 자르는 용기  (0) 2016.12.14
물대포와 야바위  (0) 2016.12.13
이상한 재단과 무람없는 정권  (0) 2016.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