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대통령의 민낯

푸르고운 2016. 12. 14. 00:11


부끄럽다.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내가 부끄럽고, 이처럼 참람한 짓을 뻔뻔하게 저지르고도 반성의 기미도 없이 아직도 국민을 내려다보는 인물을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하는 내 처지가 부끄럽다. 일찍이 어딘지 이상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차마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짐작하지 못한 국민들이 부끄럽다.

 

그동안 걸핏하면 국민을 나무라고 가르치려 들었던 연설의 장본인이 사이비 목사 최태민의 딸이고, 사이비 승려 퇴운의 딸이며, 일본 강점기에 일본의 앞잡이 순사였던 자의 딸이고, 1974년 육여사가 죽고 나서 박근혜에게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다.”라고 편지를 보내서 철모르는 아이를 꼬셔낸 희대의 사기꾼의 딸인 최순실(최근 최서원으로 개명)이었음이 드러나 더욱 부끄럽다.

 

대통령이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가?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결정하는 최고 권력을 틀어쥐는 자리인데, 자기 생각을 말로 풀어내지 못해 써주는대로 읽고, 국정을 이끌 철학도 없이 사기꾼의 딸에게 국정을 덜컥 통째로 맡기다시피 했다니, 억장이 막혀 정신이 혼미해진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매일 대통령에게 내는 국정보고서가 정호성 제1부속실장의 손에 들려 한낱 개인 신분인 최씨에게 전달되었다. 최씨는 차은택, 고영태 따위와 함께 앉아 검토하고 이래저래 하라고 지시하면 그에 따라 안건을 만들어 청와대로 보내고, 그 내용이 다시 청와대에서 각 소관부처에 지시되었다고 한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최씨의 사무실에서 열린 비선모임에서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의 중요 정책이 논의되고,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 하는 결정도 했다니, 정말 모골이 송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씨는 집의 1,2층을 카페로 만들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하여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해두고 청탁하러 오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났다고 한다. 최씨에게 줄을 댈 사람들이 오면 3층으로 따로 안내하여 면담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최씨가 짜증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재벌들도 어려운 일을 하려면 최씨를 찾아왔다고 하는데, 그 청탁이 오가면서 얼마나 많은 뒷거래가 있었는지 상상하기도 벅차다.

 

이런 내용을 증언한 전 미르 사무총장 이상한 씨는 이런 얘기는 통념을 무너뜨리는 건데, 사실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 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의 영혼을 지배하듯, 모든 것을 결정하고 스케줄에 따라 할 말도 일일이 적어주어 읽기만 하게 한 최순실이 실질 대통령이었다는 이 기사에 우리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지난날 모 일간지의 사주가 밤의 대통령이라고 으스댔다는 말에 개탄하고 분노했던 일이 있었다. 오늘의 이 일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아닌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부여한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을 직책이 없는 일개 자연인에게 통째로 맡겨버리고, 자신은 영혼없는 하수인이 되어 시키는 대로 했다는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국회는 당장 그 직무를 정지하여 갈팡질팡하는 국정운영을 막고,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그동안의 잘못을 가려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그동안의 무작정 편들기를 멈추고, 냉정하게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야할 중요한 시기임을 공감해야 한다. 상당수의 새누리당 의원들도 특검을 말하고 대통령의 탈당을 입에 담고는 있지만, 행동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그 대표라는 이정현은 나도 연설문을 만들 때는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는 억지 편들기를 하다가 망신만 샀다. 바로 이정현 같은 바라기가 있어서 오늘의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동안 나라를 분탕질한 비선조직 일당은 사태가 시끄러워지자 모두 해외로 달아나 숨어버린 모양이다. 어쩌면 최씨는 아직도 대통령의 통신망을 이용하여 매일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지시를 하고 구렁이 담 넘듯사태를 얼버무려 살아날 궁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엊그제 대통령의 사과문도 여전히 최씨의 작품일 수도 있다는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기를 바란다. 이제 이 사태를 풀어 나라를 안정시키고 모든 잘못을 밝혀 용서를 비는 일은 당사자인 박근혜 씨의 몫이다. 물론 불법에 관련된 인물들의 책임도 당연히 물어야 할 것이다.

16.10.26. 전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