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물대포와 야바위

푸르고운 2016. 12. 13. 23:58


어이없다, 어쩌다 이 나라가 이렇게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이런 무지막지한 정부가 전에도 있었던가?

 

작년 11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농민 백남기 씨(69)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가 지난 25일 사망했다.

 

백씨는 그 당시 외상성 뇌출혈과 외상성 두개골절로 이미 의식이 없고 회복 불가능 상태여서 수술하지 않기로 했는데, 병원측이 갑자기 수술을 감행하여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317일 만에 영면한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발행한 사망진단서의 사망 종류를 병사라고 적었다. 당연히 외상에 의한 사망이므로 외인사로 분류해야 함에도 병사라고 분류한 것이다.

 

경찰은 사망 원인이 불분명하므로 부검을 실시하여 확실하게 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부검을 하겠다고 부검영장신청을 했다가 법원이 거부하자 27일 재신청했다. 경찰의 부검 재신청에는 검찰이 세부지침까지 주며 지휘한 사실도 드러났다. 종합해보면 이번 백 씨 사망과 관련된 진단서와 부검은 병원이나 경찰의 독자적 판단이 아닌 윗선의 강력한 개입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공권력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 죽음에 이른 일도 억울한 판에 시신을 부검하겠다고 나서는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부검을 실시하여 사인을 지병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하여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일까? 그렇게 하면 경찰의 물대포에 의한 죽음이라는 책임을 벗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아둔한 머리를 굴려보아도 답을 알 수가 없다. 왜 세상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억울한 죽음에 다시 칼을 대어 불집을 내려는 것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무엇인가 국민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불편한 인식을 흐리고 지워낼 거리가 필요한 참에 기가 막히게도 백 씨의 죽음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국회의 김재수 해임결의안으로 여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려는 듯이 보이던 사태도 스르르 풀려 국회도 차츰 정상화되는 듯하다. “정세균이 그만두든 내가 죽든 둘 중의 하나라며 목숨 걸고 충성을 보이려는 이정현 새누리 대표의 단식 해프닝도 뭔가 핑계를 마련하면 슬그머니 그만 둘 것이다.

 

이 대표의 단식농성을 두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미르, k스포츠재단 의혹, 우병우 논란을 일거에 없애려는 공작 아니냐. 거기에 넘어갈 필요 없다.”라고 넘겨다보았다.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어설픈 짓거리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이 정권은 어떤 입장 곤란한 문제가 생겨 국민의 지탄을 받을 지경에 이르면, 반드시 다른 사안이 터져 그 사건을 물타기 하여 흐리거나, 아예 관심을 돌리게 되어 행운이 따르는(?)’일이 거듭되었다. 이런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니 참 재수가 억수로 좋은정권이다.

 

백씨가 시위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기 10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20051115일 농민대회에서 전용철·홍덕표 씨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후에 책임공방이 벌어져 경찰의 자체조사와 국가인권위원회의조사가 이뤄졌다. 그해 1129일 당시 청와대 황인성 시민사회수석은 빈소를 찾아 정부 이름으로 조문하고 유가족 앞에 엎드려 절하며 사과했다. 1226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사망원인을 경찰의 과잉진압이라고 규정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다음날인 1227,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겠다고 나서자 참모들이 만류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검토할 부분은 있지만, 공권력 행사는 엄중한 문제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할 공권력이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건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문제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 내용 가운데 핵심을 소개하면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공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돼야 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공직사회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라고 했다. 진정 국민을 주인으로 안 대통령의 말이었다.

 

국민이 준 권력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정권이 하는 일에 거치적거리는 국민은 다 적대세력으로 치부하는 정권, 온갖 상황을 권력을 유지하는데 이용하는 정권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노무현 대통령의 공권력 정의가 그립다.

16.09.28. 전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