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반반(潘半)을 생각해본다.

푸르고운 2017. 1. 31. 00:41



반기문 전 유엔총장의 광폭행보가 연일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지난주 귀국한 이튿날부터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턱받이는 자기가 하고 환자에게 음식을 떠먹이는 사진이 웃음꺼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 천안함 전시 현장을 찾아가 안보에 관심을 표하고 거제도 대우조선 해양에도 들렀다. 봉하마을과 광주 5.18 묘역도 찾았다.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행보는 틀림없는 대선 후보다. 그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그의 말과 행동이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가 귀국하면서 던진 말은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는 데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있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정쟁으로 나라와 사회가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다.”였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 대통령의 탄핵소추와 새누리당의 분열 등을 정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의 공세에 밀려 나라가 분열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음이다. 정부수립 이후 최대의 국정혼란과 독재로의 회귀가 빚어낸 국민저항인 촛불민심을 정쟁수준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나설 생각을 하는 일이야 말로 이 나라의 재앙이다.

여소야대의 국회가 만들어낸 정쟁에 박근혜 대통령이 희생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16일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잘 대처하시라.”고 말했을 것이다. 숱한 의혹이 현실로 들어나고, 증거와 증언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데도 여전히 “나는 잘못이 없다. 검찰과 특검이 나를 엮었다.”라고 버티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건넨 속셈은 무엇일까?

‘잘 대처하시라.’라는 말은 ‘탄핵소추에 대하여 알맞은 조치를 취하시라.’ ‘잘 견뎌내시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잘 견뎌서 탄핵소추 인용의 사태에서 벗어나시라.’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야말로 두루뭉술한 그의 평소 태도를 잘 보여준 말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가운데, 반반이라는 평가에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공무원으로서는 최고의 출세를 했던 그였지만, 지금 우리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아니다.’라는 데 마음이 기운다. 유엔사무총장 일을 할 때에도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이 없어서 ‘최악의 총장’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가 귀국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찌감치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밝혀왔고, 유엔총장을 역임한 유명인사라는 점에서 귀국하자마자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노출되었다. 인천공항에서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는데 ….’로 시작하여 에비앙 생수를 집었던 일, 방명록에 쓸 말을 미리 쪽지에 적어와 컨닝한 일,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서 베껴 쓴 방명록의 철자가 틀린 일, 그리고 위안부 문제의 한일간 합의에 대해 총장시절에 극찬을 했던 일에 대한 대답 등에서 기자들과 네티즌의 눈총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가 말한 ‘정치를 바꾸겠다.’라는 말을 설명한 광주 조선대학 강연에서 “개헌, 사회개혁,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을 포함해 이런 것들을 바꿔야 되는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역시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수사에 그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하나도 없었다.

일찍이 대선에 나설 뜻을 드러내고 대선주자의 행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그저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면 모두 달려 나와 박수치고 환호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행보는 퍽 잘못된 것이다.

유엔총장으로 세계를 누비며 외교적인 대접을 받던 기억으로 전국을 누비고 다녔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관심은 과연 반 씨가 대통령 감으로 적합한지에 있었다. 그런 그의 사소한 동작까지도 언론이 지적하고 보도한 일에 대하여 결국은 대구에서 ‘기자놈들’이라는 악담까지 입에서 나왔다.

고향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생가를 만들어내고 동상을 세우고 찬가까지 불러주자 우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반 씨와 같은 성향의 고향사람들이 발라맞추는데 능하여 추켜세운 일에 불과하다. 어느 때보다 대통령에 적임자를 선택해야 하는 국민의 눈에 비친 반 씨는 대통령감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기자의 카메라와 펜을 향하여 며칠 만에 욕설을 뱉어낸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향에 동상까지 세웠을 때 말이 없다가 얼마 전에야 선거를 의식하여 슬그머니 동상을 치우도록 한 사람, 그런 개인숭배나 받들어주기를 좋아했던 사람을 국민은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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