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세월호, 박근혜 그리고 장미대선

푸르고운 2017. 4. 4. 06:56

완연한 봄이다. 진해 벚꽃 축제 TV에서 화우(花雨)가 날리는 광경을 보며 이 좋은 시절을 뒤로하고 서울 구치소로 들어간 박근혜 씨가 생각났다. 꽃비가 내리는 일하고 박 씨하고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생각이 난 까닭은 그 바로 앞에 처참한 몰골로 목포항에 들어와 있는 세월호를 보며 마음이 착잡했던 뒤였기 때문일 듯하다.

일찍 세월호를 인양했더라면 그렇게 녹슬고 참혹하지 않은 모습이었을 것이고, 그 안에 남아있을 주검들도 훨씬 훼손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에 박 씨가 더욱 밉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말대로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터이지만, 왜 그렇게 세월호라면 치를 떨 듯 싫어했는지, 어떻게 그 차디찬 바다 속에 가엾은 주검들을 두고 편히 잠을 잘 수 있으며, 올림머리를 하고 피부 리프팅을 해가며 ‘죄순실이와 짝짜꿍’을 할 수 있었을까?

작정한 사람처럼 세월호 사고 때에도 관저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며 생목숨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외면한 일을 나중에라도 미안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했다면, 재빨리 수습하는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 되레 사후조치를 원하는 자식 잃은 유족들의 단식농성장에 치킨과 자장면을 먹으며 악랄한 조롱하도록 방관하는 상식이하의 짓을 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세월호를 거론하는 일을 금기시 하게 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나쁜 버릇은 오래 청와대에서 공주놀이를 하며 자란 이력 때문이라고 짐작하지만, 그가 야당이던 시절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던 짓을 보면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저능인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노무현에게 했던 말들이 모두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른다고 잡아떼며 버티고, 이상한 자들을 대리인으로 삼아 헌재에서 파면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흘려 그들을 흥분하게 하더니, 국민의 지탄을 받고 결국 영어의 몸이 되었다.

그가 구치소로 들어가던 날, 세월호는 바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금 목포항에 들어와 육지로 옮기는 준비를 하고 있다. 어쩌면 세월호는 박근혜와 상극(相剋)이어서 그가 서슬이 퍼럴 때에는 나오지 못하고 물속에 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또 달리 생각하면 차디찬 물속에 있던 원혼들이 그를 구치소로 보내고 물 밖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세월호는 독재시대를 마감하는 신호탄으로 박 정권의 퇴출을 서두르는 촉매가 되었다. 귀태(鬼胎) 박정희가 총으로 잡은 권력을 총으로 마감하고 저세상으로 가더니, 귀태의 딸 박근혜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잡은 권력을 오만과 거짓말 때문에 빼앗기고 감옥으로 갔다. 이제 이 나라에서 오랜 독재의 흔적은 지워져야 한다. 아직도 그 시절의 막무가내식 악랄한 권력 맛을 잊지 못해 박근혜의 주변을 서성이던 ‘보수’라는 가짜 명찰을 단 자들도 차츰 사라질 것이다.

독재의 권력 주변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주워 먹으며 희희낙락하던 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보수라는 단어는 그들이 입에 담을 만큼 천박한 것이 아니다. 독재 권력의 잔재를 지킬만한 가치라고 생각하여 그것을 지키려는 생각이 보수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지킬만한 가치가 있던가? 미국의 힘을 숭상하고, 독재의 잔재를 좋아하지 않으면 좌파이고 빨갱이라고 몰아세우는 게 보수주의의 본분이라고 믿는 자들은 보수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그들은 그저 독재의 향수에 젖은 가엾은 자들일 뿐이다.

엊그제 모 정당의 대통령 후보라는 이가 국회에서 당원들을 모아놓고 구속 된 박근혜를 용서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았다. 구속까지 시켰으면 벌을 받을 만큼 받았으니 용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으며 실소(失笑)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 때 유명 검사였던 그가 아직 조사도 끝나지 않은 피의자를 용서해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냥 보기에는 조금 창피했다. 저런 사람이 도지사에 당선되었었고, 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더 희한한 일은 또 다른 정당의 유력 경선 후보가 국민의 요청이 있으면 사면위원회를 열어 사면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는 요지의 발언한 일이다. 그야말로 ‘도둑질도 사람들이 잠이든 뒤에 해야 되는 법’인데 아직 해도 지기 전에 담을 넘자는 말이다. 조사가 끝나서 검사가 기소를 하고, 재판이 끝나야 형이 확정될 수 있다. 아무리 빨라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려면 1년은 걸릴 일인데, 뭐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지금 사면이라는 풍선을 띄운 일은 지나쳤다.

“선거 때에 무슨 말을 못하냐?”라던 이명박 씨의 말이 생각나는 그런 선거는 하지 말아야 한다. 먼데 있는 표를 가져오려다가, 한창 오르던 기세를 송두리째 잃은 어떤 이의 실패를 빤히 보면서도 자꾸만 허욕이 나는 게 후보자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