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못 간다고 전해라’하는 노래에 대한 각계각층의 패러디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가수 이애란이 부른 ‘100세 인생’ 이라는 이 노래는 오래 살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코믹하게 나타내고 있다.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인간의 두려움과 피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인간심리를 잘 드러낸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노래의 전반부는 60세에서 100세까지 죽음을 피하고 싶은 갖가지 핑계가 담겨 있고, 후반부에는 어떻게든 죽음을 거부하려는 몸짓과 150세까지라도 살고 싶은 욕망이 드러나 있다. 삶과 죽음이라는 절대 명제를 이처럼 가볍게 풀어낸 노래인데다 반복적으로 들리는 멜로디가 쉬워 한 번 들으면 바로 기억되는 매력도 있어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오는 듯하다.
육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할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좋은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또 넘어 간다/
팔십 세에 저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알아서 갈 테니 또 왔냐고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극락왕생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백 오십에 저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있다고 전해라/
인류 역사에서 절대 권력을 가졌던 숱한 인물들이 죽음을 피하려 안간힘을 다 했지만 어느 누구도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다.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라 칭하며 영원히 권력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 죽지 않는 불사의 약인 불로초를 구하고자 동남동녀(童男童女)를 각지에 보내기도 하였지만, 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 진상된 것은 맹독의 중금속인 수은이었다. 조금씩 수은의 반짝하는 힘에 마음을 빼앗긴 시황은 심한 수은 중독으로 50세의 한창 나이에 죽고 만다. 불로초를 구하겠다는 마음은 인간이 아닌 신이 되어 영생을 누려보겠다는 허황된 것이기에 결국은 명을 재촉하여 일찍 죽게 된 것이다. 노래에서처럼 아무리 못 간다고 전해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가야하는 죽음의 길이다. 태어난다는 일이 바로 죽음의 길을 걷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지만, 죽음의 문에서 부르는 그 부름을 거부하고 미루어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기독교의 성서에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적혀 있는 예수도 죽음을 목전에 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죽음을 비켜갈 수 있다면 비켜가고 싶다고 하느님에게 간절히 기도했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히고 만다. 하느님을 믿고 순명하며 사랑을 전파하며 살았던 그의 거룩한 삶도 죽음을 비켜갈 수 있는 명분은 되지 못했지 싶다.
이 터무니없는 노래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필연을 거부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볍게 풀어내기도 했지만, 요즘의 세태가 이처럼 말이 안 되는 억지로 흐르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백성의 입장에서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권력의 횡포와 황당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적어도 그러한 횡포에 맞서 국민의 편에 서야할 야당이라는 정치인들은 하찮은 2중대 권력을 두고 자리다툼을 일삼고 있다. 여당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에 나설 수 있도록 눈도장을 받기 위해 날이면 날마다 용비어천가에 목이 메일 뿐, 아랫것들인 국민은 안중에 없다. 경제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아 나라가 비상사태에 있다던 정부가 경제 주무부처 장관들을 내년 선거에 나서도록 쉽게 경질해버리는 묘수(妙手)인지 괴수(怪手)인지 모르는 강수(强手)를 연달아 두고 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지 종잡을 수 없는 정치, 정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정부를 믿고 국민들이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 어찌 살아야 할지 안타까운 이 현실에서 국민들의 마음은 “?질렸다고 전해라?”인 듯하다. 이 어려운 나라를 구할 구원투수는 과연 없는지…….
내년 총선에서 이 노래를 선거 캠페인 송으로 쓰려는 시도가 여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어찌 생각하면 막돼먹은 정치판을 비웃는 듯한 이 노래인데 이 노래조차 선거에 쓰려 하는 걸 보면 참으로 뻔뻔한 게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빨간 조끼만 걸치면 작대기에라도 표를 주는가 하면 이쪽 지역에서는 파란 조끼만 걸치면 당선이라는 이상한 선거풍토가 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그 색깔 조끼를 입고 입히는 싸움질이 지금 한참 절정을 이루고 있다. 정작 표를 주는 국민 따위는 죽거나 살거나 관심 없는 그들이 다시 4년간 국회의원이라는 멋진 밥통을 차기위해 혈안인 것이다. 선거구민에게 생색내기 위한 지역 예산을 편성하느라 나라의 장래를 이어갈 어린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예산을 가난한 지자체에 미루어 버린 잘난 국회의원들이 다시 선거에 나서기위해 싸움질이다.
벌서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얼굴을 내미는 정치판 인물들이 보이고 있다. 이번에야 말로 국민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옥석을 제대로 가려 나라의 내일이 바로 서도록 해야 할 터인데, 아무리 보아도 초록이 동색이어서 그 얼굴이나 저 얼굴이나 비슷할 듯하니 걱정이다. 내년 4월 선거에서는 정말 정직한 사람, 진심을 지닌 사람이 뽑히기를 기대한다. 감언이설로 꼬이는 자, 조끼 색깔로 위장한 자에게 속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후보에게는 “표 못 준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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