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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원 전 무등일보 전북본부장 | ||
일주일쯤 전부터 오른 쪽 턱이 아파서 밥 먹기가 어려웠다. 턱에서 소리가 나기도 하고 욱신거리는 데다 편두통까지 합세하여 괴롭혔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턱관절 장애인데, 원인은 내가 틀니를 하면서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이 생긴 때문이었다.
이런 증세가 방치되면 턱관절이 손상돼 그 영향이 목 경추와 척추에 이르게 되고, 귀와 뇌까지 미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 정치도 내가 씹는 습관처럼 한쪽으로 모든 것이 집중돼 나라가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 집중되어 그 수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마치 ‘아바타’인 것처럼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최고 권력자에게 찍히면 그 사람은 자리를 유지할 수 없음은 물론, 뼈아픈 후속조치가 뒤따른다.
군대에서는 ‘알아서 긴다’는 말이 있었다. 시키지 않아도 상급자의 비위에 맞도록 알아서 눈치껏 행동하지 않으면 얻어터지는 군대에서 알아서 기는 일이야말로 군대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는 금과옥조였다.
바로 그렇게 알아서 기는 사람들이 오늘날 정부 여당에서 ‘힘 꽤나 쓰는’ 사람들이다.
알아서 기지 못한 국회의장은 아예 출마를 포기하고 여당으로 복당도 하지 않았다. 권력기관도 아닌 김영나 국립박물관장은 대통령이 프랑스 명품전을 국립박물관에서 열기를 원한다는 말을 듣고도 알아서 기지 않고 되레 ‘불가능’의 결정을 했다가 짐을 쌌다고 한다.
국회의원 공천도 그 한사람의 입맛에 맞는지 여부와 충성도에 따라 결정되는 듯했다. 열심히 충성하고 권력자의 분신으로 일사분란하게 행동할 수 있는 인물들이 20대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되었다.
이번 새누리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웬 ‘바가지 박’인지 ‘무거리 박(粕)’인지 알 수 없는 ‘친박’ ‘비박’ ‘진박’ 등 등 사전에 없는 박 패거리들이, 서로 충성심을 자랑하며 ‘내 앞에 큰 감 놓기’ 싸움을 벌였다.
자기들 말로 ‘무대’라고 부르던 비박인 당대표는 정말 수호지의 무대처럼 진박의 위세에 짓눌려 빌빌거리다가 대표도장 해프닝으로 몽니를 부리는 척하고 슬그머니 또 항복했다.
도대체 어느 누구도 그 절대권력 앞에 감히 맞서지 못한다. 독하게 찍혀 원내대표 자리에서 쫓겨나 공천과정에서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당선권에 들었다는 유 아무개도 대구에 반박(反朴)정서를 심기는 했지만, 정면으로 비난하지 못하고 “당선되면 당으로 돌아가 당을 정상화하겠다.”고 민심을 다독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역시 지독한 보수 세력의 한 사람이니 보수의 최고 권력자에게 대들 생각은 없는 듯싶다.
그렇듯 모두가 한 치마폭 아래에서만 옹기종기 모여 알아서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에 이 나라는 갸우듬히 기울기 시작해서 지금은 아주 꺄우듬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각이 기울고 모든 결정이 한쪽으로만 몰려서 나라꼴이 한심하게 됐다. 정부는 입만 열면 국민을 걱정하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창조경제’라는 뜻 모를 경제를 외치더니 수출은 날이 갈수록 줄고 고급인력은 갈 데가 없다.
서민 경제는 파탄이 나도 잘사는 사람들은 펑펑 쓰고 해외로 돈 쓰러 다니는 게 일이라고 한다. 내놓는 경제대책마다 실효가 없고 ‘배터지는 놈과 배곯는 놈’만 양산한다.
적당하게 먹는 계층이 없다. 경제가 잘못 된 건 야당 때문이고, 그들이 힘쓰는 데 편리한 법이 재빨리 만들어지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래도 그들의 본거지와 나이 많은 노인들은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게 다 누구 덕이냐?”며 대를 이어 충성을 해야 한다고 목에 핏대를 세운다.
음식을 씹는 턱도 좌우가 같이 움직여야 탈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요즘은 계속 틀니를 넣은 오른쪽 어금니를 많이 사용했더니 턱관절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려도 아프지 않고 편두통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췃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어야 하고 왼쪽 바퀴가 있으면 오른쪽 바퀴도 있어야 수레가 굴러간다.
내가 돋보이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하물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더 많은 이해심과 전체를 생각하는 판단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아이가 세상을 알아갈 때 무엇을 보고 자라느냐에 따라 형성되는 성품이나 포용력 등 리더십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런 점을 미루어보면 우리 국민들이 너무 온순하고 정이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오른쪽 어금니를 많이 사용하여 균형을 맞추듯이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제발 반대편의 균형이 맞아서 꺄우듬한 나라가 바로 서기를 기대해본다.
김규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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