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들이 예상을 뒤엎고 블랙시트를 결정하더니, 이번에는 미국에서 예상을 깨고 국수주의자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또 얼마 전에는 필리핀에서 두테르테라는 과격한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 범죄자들을 쓸어 없애고 있다.
이런 변화의 핵심요소는 항상 윗자리에 눌러 앉아 나라를 주물럭거리는 기득권세력에 대한 불만이다.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권력을 쥐고 군림하며 누리는 기득권층의 오랜 억압을 견뎌온 계층이 드디어 맞짱을 뜨겠다는 신호로 권력의 흐름을 돌려놓은 것이다.
이런 현상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진화進化’다. 생물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 색깔을 바꾸고 체형을 바꾸듯이, 기득권층에 계속 억눌려 오던 계층이 살아남기 위하여 일어선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숫자가 많은 쪽이 권력의 향방을 바꿀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도 거대한 진화가 시작되고 있다. 여태 군사독재의 여진餘震에 흔들리며 앞에서 손짓하는 대로 따라가며 움직이던 민중들이 앞에 보이던 손의 실체를 알아챘다.
아름다워 보이던 그 손이 거짓을 버무려 만든 가짜 손이고, 진짜 손은 보이지 않는 데서 우리들의 노력과 진실을 가로채고 찢어발기는 피 묻은 손이었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지금껏 시위 현장에 나오지 않던 아이들과 주부, 노인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일은 단순히 박근혜의 불법만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아니다.
뭘 하려해도 안 되는 민중들이 이제까지의 불합리와 거짓을 타파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주권을 바로세워보자는 몸부림이고 혁명이다. 언제까지 갑의 횡포에 눌리며 속고만 살 수 없는 국민이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려는 몸부림이 촛불로 타오르는 현장이 광화문이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불러내지 않았어도 유모차를 탄 아이부터 80노인까지 주인의 이름으로 더럽고 피 묻은 손을 치우러 나섰다.
1961년에 이 나라를 훔쳐 빼앗은 재화로 떵떵거리며 사돈의 팔촌의 이웃까지 잘 먹고 잘 살아온 그들. 그 도둑의 딸에게 대통령이라는 터무니없는 모자를 씌워 그 밑에서 알랑거리며 뱃속을 채우던 세력에 대한 분노가 100만 촛불을 점화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바로 보아야 한다.
그 허구와 위선의 실체를 거니챈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정작 분노의 표적인 박 씨는 아직도 프로포폴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공주 놀이에 여념이 없다.
뼛속부터 공주이고 지배자라고 착각하는 그녀를 받들어 모시는 척하여 국민을 깔아뭉개고 잇속을 챙긴 것은 최순실 만이 아니다.
청와대와 권력의 언저리에서 곁불을 쬐면서 학문을 팔아 권력을 산 교수 나부랭이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는 더욱 교활했다.
명색이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한낱 최순실에게 ‘최 선생님, 최 회장님’이라며 발라맞추었다는 보도를 보며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맘이 날 것이며, 스승을 존경할 마음이 들겠는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금전 만능주의를 탓할 수 없는 단면이다. 기업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비리를 막기는커녕 앞장선 교수는 어떤 경우에도 교직에 돌아갈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해야 한다.
1835년 다윈이 영국 군함 ‘비글’호를 타고 도착한 갈라파고스 섬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색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갈라파고스 섬에는 따뜻하고 염도가 낮은 파나마 해류와 차고 염도가 높은 홈볼트 해류, 표층이 차가운 남적도 해류, 그리고 해저를 흐르는 크롬웰 해류가 사방에서 흘러와 만나고 있어서 독특한 기후를 만들고 다양한 바다생물이 자라는 곳이다.
갈라파고스에서 다윈은 동물이 자연에 적응하여 생존에 알맞게 신체구조가 변하는 진화를 확신할 수 있었다. 기독교의 창조론에 맞서는 진화론은 그 후 20년이 더 지난 1859년에 ‘종의 기원’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새삼스럽게 진화론을 들먹이는 까닭은 도대체 변하지 않고 쇠고집을 부리는 한 사람, 박근혜 씨 때문이다. 국민이 계급장을 떼어버렸으니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게 죄스러워 그냥 ‘근라임 씨’라고 해야겠다.
앞에서 적시한 것처럼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아웃사이더가 권력의 가운데를 점유하고 눌려있던 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인류의 ‘진화’가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이제야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이 열려 광화문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섰다. 국민이 진화하여 독재의 잔재더러 비키라는데, 떡하니 길을 막고 나라의 내일에 오물을 흘리고 있는 ‘근라임 씨, 제발 내려오라.
더 버티면 끌려 내려오는 길 뿐이다./김규원 편집고문
16.11.16. 전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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