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비선과 대통령, 새누리당의 공동책임

푸르고운 2016. 12. 14. 00:14


8일 뉴욕타임스 만평에 자랑스러운(?) 박근혜 로봇이 등장했다. 한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손전등을 들고 로봇의 머리 뚜껑을 열어보며 경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텅 빈 머릿속에는 최순실이 앉아 핸들과 기어를 조작하여 운전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사다리 아래에는 경찰이 방망이를 들고 서서 위를 올려다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만평의 아래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언자가 영향력을 이용해 한국 기업들에게 큰돈을 뜯어내 체포됐다.”라고 적혀 있었다.

 

세계인이 보는 신문에 만평으로까지 조롱을 당한 날, 박근혜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라지 않는 국회를 찾아가 또 한 번의 정치 쇼를 벌였다. 야당에서 요구하는 탈당과 정치 2선 후퇴는 못 들은 체 묵살하고, 국회의장에게 국회가 여야합의하에 선택하는 총리에게 내각을 관장하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겉으로는 몸을 굽혀 국회까지 찾아와서 국회에서 총리를 지명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총리에게 내각을 구성하게 하고 모든 권한을 넘기겠다는 의사 등을 언급하지 않아, 일단 이 사태를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수단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에 지명총리가 내각을 구성하여 국정을 챙기더라도 대통령이 총리와 내각을 해임해버리면 대항할 길이 없다. 임시조치법이라도 만들어 법적인 뒷받침을 해야 난마처럼 얽힌 부정과 의혹들을 밝혀낼 수 있고, 럭비공 같은 대통령의 돌출행동을 막아 차기 정권이 바르게 설 수 있다.

 

도대체 권력을 내려놓을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고, 지금도 국민들의 하야 요구가 불쾌하기만 한 막무가내의 대통령이다. 이날 정의당 의원들은 손 피켓을 들고 정면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지만, 박 대통령은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국회로 들어갔다.

 

그 표정을 보며 필자는 박근혜가 어린아이처럼 뭘 몰라서 최순실에게 이용당했다는 말이 모두 편들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보다 강심장이고 두둑한 뱃장을 가진 독한 사람이 아니면 국회의원들이 하야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맞이하는 현장에서 웃으며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국회의원이나 국민이 아무리 떠들고 고함쳐도 오불관언(吾不關焉), “내가 왜 이 재미나는 자리에서 내려서냐?”인 듯하다. 탄핵을 하려해도 새누리 의원들이 버텨서 어렵고 혹시 통과해도 헌법재판관이 대부분 보수성향이어서 부결될 것이 불 보듯 하다. 그러니 해 볼 테면 해봐라라는 것이 청와대의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도 등을 돌리고 대통령의 탈당과 국정에서 손 떼기를 주장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자칫 성난 국민들의 분노에 치여 정치생명이 끊어질까 두려워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사실 이번 사태의 공동정범이라 할 수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 대표의 말대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미 박근혜 후보 시절부터 최순실 일가와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 후보가 당선되면 비선이 득세하리라는 것도 대부분 짐작했을 터임에도 당선 후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비선을 막으려는 노력은커녕 줄을 대어 자리를 차지하거나 그들의 전횡을 돕기까지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어떤 의원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유망한 승마선수라고 국회에서 치켜 올리는 발언으로 옹호한 끝에 장관자리를 얻은 일도 있었다. 새누리 의원들이 비선과 상식 이하의 청와대 참모들까지 감싸는 일에 몸 바쳐 왔기 때문에 비선의 전횡이 늦게야 드러난 일은 더욱 안타깝다. 이런 목불인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감추고 감싸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새누리당은 그 결과가 오늘에 이른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하루빨리 국정이 바른 레일에서 굴러갈 수 있도록 협조하는 이외에 당리당략을 생각하거나 개인의 정치적 욕심을 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불법으로 치부한 재산을 환수하는 모든 처리가 끝날 때까지 죄인의 마음으로 사실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는 일에만 전념하기 바란다.

 

아울러 야당도 상당 의원들이 비선을 알고 있었을 것인데도 이를 드러내서 막지 못한 책임이 있음을 반성해야 한다. 권력을 탐하고 잇속을 차리는 일보다는 진심으로 나라가 바른 궤도에 들어서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진정으로 마음을 비우고 결자해지(結者解之), 사태를 얽어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김규원 편집고문

16.11.09. 전주일보

 

 

 


'신문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험한 정권을 끝장내자.  (0) 2016.12.14
근라임 씨, 어서 내려오라.  (0) 2016.12.14
대통령의 민낯  (0) 2016.12.14
해시태그 #그런데 최순실은?  (0) 2016.12.14
예술인 블랙리스트  (0) 2016.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