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새 지도자를 생각한다.

푸르고운 2016. 12. 14. 00:23


그 말이 그 말이고,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다. 그 말은 난 아무 잘못이 없다. 주변 사람이 저지른 일이다.”라고 1, 2, 3차 담화에서 되풀이 한 말이다. 그 얼굴은 두껍고 질기고 무쇠로 지어부은 철면(鐵面)이었다. 조금도 변하지 않은 말과 표정, 단어의 순서가 바뀌고 길이만 다를 뿐, 3번의 담화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잘못이 없다. 주변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다. 법절차에 따라서 물러나겠다. 국회에서 여야합의하에 정하는 대로 하겠다. 세 살배기 아이 데리고 놀리듯 국민을 농락하는 피의자 대통령의 담화에 국민은 정말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고 청와대로 짓쳐 들어가고 싶은 심경이다.

 

두 번의 담화에서 했던 말들은 진정성이 없었고 세 번째의 담화도 모래밭의 개미귀신이 함정을 파듯 교묘한 설정을 늘어놓고 비박과 야당이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지난 담화에서 성실하게 검찰의 수사를 받겠다던 약속도 수사망이 죄어오자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렸다.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줄도 모르고, 입으로는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인데, 존경은커녕 공깃돌 갖고 놀 듯들었다가 놨다가 던지고 받고 제멋대로이다.

 

그 뻔뻔함의 근본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배운 대로, 보고 배운 것이 그것이니 배운 대로 하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가 총칼로 훔친 권력을 멋대로 휘두르던 그것만 보고 자랐으니 더 아는 게 없어서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끌어다가 고문하고 걸핏하면 간첩으로 몰아 죽이거나 폐인을 만들어버리던 그런 걸 정치라고 배웠다.

 

재벌들 불러다가 군화발로 정강이를 차며 돈을 빼앗는 일이 다반사인 청와대에서 살면서 그런 일을 하는 게 대통령이라고 배웠기에 잘못한 거 없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는 것이다. 제왕처럼 그야말로 맘 내키는 대로 군림하던 박정희를 따라하려다가 참다못한 주인에게 들켰다. 그래놓고 한다는 말이 순수한 마음에서” “잘못한 거 없다를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지난 대선 때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세계의 유명한 석학들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독재자의 딸이 유력한 후보라는 데 대해 걱정했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상당히 많은 학자들이 독재자의 딸이 당선되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염려를 했었다. 그 걱정은 현실이 되어 국민들이 이 엄동에 언제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통곡해야 할지 모른다.

 

이번 담화를 세밀히 뜯어보면 교묘하고 영악한 계교가 숨어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번 각계원로를 초빙하여 의견을 듣는다는 명분으로 대통령이 내년 4월에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띄워놓고, ‘임기단축개헌을 들먹여 탄핵이 멈칫거리도록 비박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어떻게든 탄핵을 미루고 흔들다가 내년에 귀국하는 반기문이 나서서 내년 4월에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내는 모양새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당 대부분과 비박, 정의화 전 의장등 제3지대 세력이 반기문을 대선 후보로 옹립하는 그런 그림이 저절로 그려진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연정, 협치 따위를 들먹이며 새누리당과의 언제든 손을 잡을 의사가 있음을 흘려왔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나면서 야3당으로 뭉친 듯하지만, 3지대와 지분 흥정만 맞으면 탄핵표결에서 조차 고무신을 돌려 신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마도 오늘 탄핵안 상정조차 흔들 것이라는 짐작이다.

 

국민은 추위를 무릅쓰고 나라가 바로 서기를 염원하여 광화문에 나가서 퇴진을 외치는데, 때 묻은 정치권은 여전히 차기정권이라는 큰 케익을 내 앞에 놓기 위해 부지런히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 촛불 현장에서 폼만 잡고 다닐 뿐, 민심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깜깜하다.

 

국민은 이참에 새로운 정치, 함께 손잡고 가는 정치, 기득권이 갑질 없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당이나 문재인당이나 박지원당이 한 쪽에서 묵은 수법으로 장난을 치고, 다른 쪽은 짐짓 따라가는 한가한 놀이를 할 때가 아니다. 문 씨는 지지율 1위가 깨질세라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어물쩍 넘어가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갈수록 국민의 눈 밖에 나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한때 국민의 관심을 받던 반 씨는 JP, 고 건 등 노인들, 소위 원로라는 이들의 지지를 받아 노인 표로 성과를 낼 궁리를 하지만, 지금은 노인들도 묵은 정치에 식상해 있어 용꿈만 꾸고 자식은 못 볼듯하다. 대통령하기도 전에 생가와 동상을 만든 사람에게 표를 주겠는가?

 

국민은 거짓말하지 않고, 뚝심 있게 지향하는 바를 관철할 줄 알고, 힘든 계층을 배려할 줄 아는 젊은 새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김규원 편집고문

16.12.01.전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