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자꾸 눈물이 났다.

푸르고운 2016. 12. 14. 00:28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끝난 10일에도 촛불은 타올랐다. 광화문 광장 무대 위에서 가수 이은미가 부르는 애국가를 들을 때 가슴이 뭉클하면서 저절로 눈물이 주룩 흘렀다. 나이 들면서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그렁거리는 일이 잦아지긴 했지만, 눈물이 고여 주룩 흐른 일은 처음인 성 싶다.

 

외국에 있을 때 어쩌다 애국가를 들으면 뭉클하게 가슴을 치받던 그런 느낌과 함께 나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의 의미를 되뇌는 마음은 요즘의 나라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태민이라는 교활한 인간과 그를 판박이 한 딸 순실이가 세상을 농락하며 큰 재산을 모으고, 철없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5천만 국민이 동조했던 일이 불쾌했다. 순실이의 끝없는 탐욕이 나라를 멋대로 휘저을 때, 그 일을 말리거나 고발한 인간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진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말리기는커녕 동조하고 그 치마폭에 빌붙어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고 정부와 청와대의 요직을 차지했던 인물들이 느물거리는 일이 역겹다. 도둑에겐 시끄러운 장마당이 좋다는 속담처럼, 순실이가 농단하는 판에 기대어 돈을 뜯기는 척하며 갖가지 이익을 챙긴 재벌들이 청문회에 나와 시치미를 떼던 일이 밉다.

 

무엇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숱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면서, 어딘지 영혼이 빠져나간 듯 보이는 표독한 얼굴이 싫어서, TV에 얼굴이 비치면 채널을 돌려 회피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무능과 무력함이 슬펐다.

 

반면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나와 손 팻말을 흔들고 함께 노래 부르며 행진하는 시민들이 고맙고 거룩해보였다. 광장에 나선 이들의 힘이 자랑스러웠고, 아직 그런 힘이 내재되어 있음이 감격스러웠다.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을 허락한 법원의 결정이 미더웠고, 박근혜가 임명한 검사가 박근혜의 죄를 당당하게 들추어내는 용기가 가상했다. 겉은 썩어 문드러진 듯 보여도 그 속에 아직 살아있는 정의가 남아있음이 반가웠다.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어 투표하던 날, 과연 박근혜의 호위무사들이 탄핵에 찬성을 해 줄 것인지 가슴조이다가, 그 절반이 국민의 뜻을 따라주었던 일에 안도했다. 그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걱정하기보다는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고 믿고 싶었다.

 

이런 모든 감정들이 섞이고 혼합되어 가수 이은미의 애국가를 듣던 내 마음에서 눈물의 샘을 팠을 것이다. 그녀의 노래 속에는 여러 가지 미움과 열거하지 못한 기쁨들과 다 적지 못한 슬픔과 아픔이 모두 갈래를 이루어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애국가에는 당장 이 나라가 처해있는 근심과 어려움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그 애국가 속에서 나의 눈물을 밀어올린 요소는 우리는 이제 희망을 가져도 된다는 메시지였다. 광장의 마음과 국민의 마음은 하나였다. 그 마음은 이미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있었다.

 

1%가 지배하는 세상, 기득권 세력이 틀어쥔 권력과 세상의 흐름을 다수 국민의 것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이 광장을 가득 메운 심장마다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국민의 가슴에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뜨거운 불길이 숨어 있음을 보았고, 그 힘이 탄핵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쉽게 이끌어 낸 원천임을 알아 흐뭇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닦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흐르는 감동을 닦아버리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었고, 그 감동은 오래도록 기억해야할 것이었기에 나는 행복했다. 그 눈물 줄기는 나의 무력함과 용기 없음을 달래고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손길 같은 편안함을 함유하고 있었다.

 

730분 현재 기온이 0.2,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70만 명이 관화문과 청와대 인근에 모여 촛불을 들고 함께 노래 부르며 행복해 했다. 날씨 때문에 어린아이와 가족들이 나온 수는 줄었지만, 젊은이들과 장년층, 노인들이 나와 서로의 마음을 엮어 하나로 잇고 있었다.

 

탄핵소추안 의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누군가 말을 했다. 10일 집회에서 시민들도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했다. 그러면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가 인용되면 끝일까?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가면 끝일까? 아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후퇴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되돌리는 새로운 시작이 비로소 첫 걸음을 뗄 것이다.

 

국민은 지금, 다시는 주인이 머슴 나부랭이에게 흔들리지 않는 바른 나라를 만들 작정을 하고 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감격의 그날에 내 눈물 줄기는 더 굵어지고 더 짭조름할 것이다.

1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