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또 하나의 스모킹 건

푸르고운 2017. 1. 31. 00:34



특검의 조사를 받던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가 또 하나의 태블릿PC를 내놨다. 그 태블릿에는 특검이 수사하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불법 증거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 증거 덕분인지 특검의 삼성 수사가 속도를 내더니 드디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오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여 조사한다고 한다.

그동안 처음 최순실 사건을 JTBC가 구체적으로 보도하는데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했던 최순실의 태블릿PC를 두고 박사모와 보수단체들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터무니없는 역공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은 그것의 증거 능력이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최순실의 것이 틀림없다고 밝혀왔다.

이번에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는 최순실이 장시호에게 보관하도록 지시하여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국회 국정조사에서 의원들의 물음에 완강한 태도를 보이던 장시호가 특검의 조사를 받으면서 심경의 변화를 보여 사실대로 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에 따라 수사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드디어 ‘제2의 스모킹 건(Smoking Gun)’까지 내놓은 것이다.

‘스모킹 건’이라는 말은 미국의 사건 수사에서 ‘방금 총을 쏘아서 아직도 총구에서 화약연기가 나오고 있는 증거물’이라는 의미로 ‘결정적 증거’라고 해석할 수 있는 용어다.

특검은 11일 오후에 이 제2 태블릿PC를 브리핑 룸에 들고 나와 직접 공개했다. 보수단체가 조작설 등 억지 주장을 펴는 일을 원천 차단하며 최순실의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 태블릿PC에는 2015년 10월 13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 말씀자료의 내용을 최순실이 직접 수정한 근거까지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 회의에서 거론된 일이 바로 국정교과서와 관련된 일이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전날인 12일 최순실에게 말씀자료를 보냈는데, 유난히 수정이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고 했던 내용이 들어있다고 했다. 국정교과서 문제까지도 최순실이 이래라 저래라 했는데, 박근혜는 취임초기에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거짓말을 했음이 다시 한 번 증거와 함께 드러난 것이다.

특검팀은 이 태블릿의 소유주가 최서원(최순실 개명)으로 되어 있으며, 사용자 이 메일 계정도 최씨의 계정과 일치하고 100여건의 메일이 들어있는데, 삼성에서 받은 지원금의 사용내역도 상세하게 담겨 있다고 했다. 태블릿의 잠금 패턴도 두 개의 태블릿이 동일하여 ‘L’자를 입력하니 쉽게 열렸다고 한다.

이제 특검의 수사도 순풍에 돛을 단 형국이 되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고, 특검의 성과에 따라 헌재의 탄핵 인용결정도 순조로울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지금 우리나라는 외교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고, 무도한 정치의 여파로 경제 전망도 어둡기 그지없다.

무엇하나 기대할 만한 일이 없는 듯하지만,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조짐을 보고 있다. 40년 전에 이루어지던 정치적 탄압과 무소불위 권력의 적폐가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국민이 알았고 이제는 그들에게 권력을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는 데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그러나 아직도 무도한 정권이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고, 그들을 지키려는 세력이 머리를 꼿꼿이 들고 불경하게도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SNS와 포털사이트에 막무가내의 주장이 지난 대선 때처럼 봇물을 이룬다. 누군가, 어떤 불손한 힘이 여론을 뒤집기 위해 조직적인 음모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는 염려가 마음을 짓누른다.

다행히도 1,100만 촛불의 힘이 여전히 밝게 타오르고 있고, 국민들도 또는 속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면서도 자꾸만 이런 글을 쓰는 까닭은 불손한 선동이나 턱없는 주장에 흔들리지 말기를 다지고 빌어보는 마음에서 이다. 혹시라도 쉽게 잊어버리는 습성으로 어처구니없는 오늘의 사태를 잊어버리는 일이 있을까 저어하는 것이다.

요즘 사자성어가 무슨 유행처럼 번져 각 자치단체와 회사, 웬만한 단체마다 금년의 사자성어를 선택하고 있다. 제대로 의미조차 닿지 않는 사자성어를 왜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좋은 우리말 우리글을 쓰면 누구나 이해하기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의 화두는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라고 정하고 싶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 ‘또 하나의 스모킹 건’이 어둠을 몰아내고 밝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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