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석날의 버섯 파스타/5매수필

푸르고운 2014. 9. 9. 22:04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한가위 명절이 지나갔다. 시대의 빠른 변화에 사회통념이 크게 변하고, 우리의 자랑이던 가족의 끈끈한 정도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전통명절의 풍습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이번 추석에는 대체휴일이라는 제도가 처음 시행되어 닷새의 연휴가 되는 바람에 고향을 찾는 사람도 많았고, 성묘 길도 더 붐볐던 것 같다.

나는 올 추석이 제일 쓸쓸하고 재미없었다. 추석 전전날 아들딸들과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는 것으로 미리 가족모임을 했다. 아들이 추석날 중국에 출장을 가게 되어, 내가 서운할 것이라며 마련한 행사였다. 성묘를 미리 해 본 일은 있지만, 살다 보니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었다. 아내가 요양병원에 간 뒤부터 내게 명절은 재미없는 연휴였다. 명절에 친구들을 불러낼 수도 없어서 혼자 낚시를 가거나, 자전거를 타기도 했지만 뭔가를 빠뜨린 듯한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다.

추석 전날, 며칠 전에 큰딸이 보내준 갈비를 양념에 재었다가 추석날 아침까지 먹었다. 점심에 밥을 해서 먹어야 하는데 파스타남겨둔 생각이 났다. 추석날 파스타맛은 어떨지, 싶어 토마토를 자르고 올리브유를 팬에 올려 소스를 만들고, 버섯을 볶아 매운 버섯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가끔 해먹는 음식이었지만, 추석날의 맛도 괜찮았다. 누군가

맵지만 맛있게 먹었어요.” 라며 와인잔을 내미는 사람이 앞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성싶은 점심이었다.

홀아비 아닌 홀아비로 산 지난 3년은 내게 인내와 회오(悔悟)의 시간이었다. 평생 가리사니 없이 날뛰며, 잘난데 없이 잘난 체했던 벌을 이 나이에 받고 있음을 깨달았으나, 이미 때가 너무 늦었다. 이제부터라도 푸르고 고운 마음으로 한 줄의 글이라도 바르게 쓰고,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살고 싶다.

추석날의 파스타처럼 주어진 여건에 실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여생을 보낸다면, 삶의 끝을 맞는 그 날의 내 얼굴이 미소 머금은 채 잠든 모습이 될까?

(14.09.09)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을 주워먹다가/수필  (0) 2014.09.25
희망을 쏘아올린 젊은이들/수필  (0) 2014.09.16
은밀하게, 향기롭게/5매수필  (0) 2014.09.09
질경이 꽃대  (0) 2014.09.09
그들만의 산행/5매 수필  (0) 2014.08.30